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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뒤에 드리운 '박근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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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뒤에 드리운 '박근혜의 그림자'

[기고] 5.18 희생자들에 대한 공감 능력 '제로'인 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등이 연 '5.18진상규명공청회'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말 이상하다. 그녀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이라는 조건부 사과를 하고 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시피 조건부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나 원내대표는 조건부 사과를 서슴없이 할 정도로 김진태 등이 광주민주화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과 광주에게 어떤 모욕과 아픔을 줬는지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법관까지 지낸 나 원내대표는 '사실'과 '해석'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자한당의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등은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다양해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왜곡과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원내대표인 나경원이 '사실'과 '해석'의 차이에 무지한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나 원내대표에게서 공감능력의 결손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국군에 의해 피와 통곡과 죽음과 시신의 바다가 된 '80년 5월 광주'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마치 물건을 보는 듯 무감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김진태 등이 자행한 만행에 대해서도 "아픔을 줬다면…유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나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보면서 불현듯 박근혜가 떠올랐다. 세월호가 침몰한 후 박근혜가 일관되게 보여준 모습은 공감능력의 부재, 바로 그것이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을 비탄과 절망과 죄의식에 떨게 만든 세월호 사태 앞에서 유일하게 냉정한 건 박근혜였다. 하지만 그녀의 냉정함은 사태를 장악하고, 책임을 지며, 판단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최고 리더가 마땅히 지녀야 하는 종류의 냉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월호 사태에 직면한 그녀는 마치 외계의 존재처럼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진도의 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나 안산의 합동분향소를 참배했을 때 박근혜는 시종일관 무표정했는데, 쏟아지는 염원과 절망과 분노와 슬픔과 통곡 속에서 그녀는 완전히 독립된 상태였다. 시늉으로나마 슬픈 기색을 지을 법도 하건만, 그녀는 그것조차 힘겨운지 하지 않았다. 최고의 슬픔 속에서도 홀로 초연한 박근혜는 사회적 관계와 감정의 맥락에서 절연된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경원은 박근혜가 아니다. 하지만 공감능력 제로의 박근혜가 연상될만큼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감능력이 퍽 미심쩍은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가 극명히 보여주듯 공감능력의 부재야말로 최악의 악덕임을 나 원내대표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틈을 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으면 좋겠다. 80년 5월 광주를 이해하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처지를 공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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