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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정치 레시피', 그 쓴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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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정치 레시피', 그 쓴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종편 생존 전략 ③] "보수 패널 9, 진보 패널 1"의 세계, 종편

"종편은 태생이 보수인데, 여기에 '논평을 더하는 뉴스'를 관행화시켰다."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방송계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종편이 정치를 다루는 방식'과 관련해 이같이 촌평했다. 2011년 12월 출범 이후 종편은 의미있는 시청률(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개사 합산 2013년 1분기 2.92%)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 4·11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며 정치적 영향력 자체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이념적으로 민감한 특정 아이템을 선정해 특정 시각을 싣는 방식으로 '2중의 가공'을 거쳐 생산된 콘텐츠들이 '시사 분석'으로 포장돼 주 시청자인 보수 노년층의 '심정'을 파고든 것은 지난 선거에서 주요했다. 특히 '보수의 선거 혁명'이라는 말까지 낳았던 대선 결과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막말 방송' 등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선거철에 정치권, 특히 여권은 '싱글벙글'이었다. 선거가 한창 진행될 때 <프레시안>이 만났던 여권 인사들은 종종 "어제 종편 OOO 뉴스 봤느냐"며 주로 '특정 후보의 종북 성향 비판' 보도나 분석 등을 인용하기도 했다.

▲ 단골 '징계' 대상자인 정치평론가 이봉규. 그는 종편 등에 출연해 '5대 종북 부부'니, '정치권 기생하는 진보 진영 5대 선동가'니 하는, 정제되지 않는 수준의 '조어'를 선보이며 특정 정치 세력을 비난하는 역할을 한다. ⓒ채널A

"보수 패널 9, 진보 패널 1"의 세계, "정치 혐오 부추겨 재미 봐"

종편의 정치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계량화된 수치는 없지만 지난 7월 11일 여론 조사 전문 기관 모노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73명을 대상으로 정치 뉴스 취득 경로에 대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3%가 'KBS·MBC·SBS 등 공중파 TV'라고 답했고, 19.8%가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라고 답했다. 이어13.9%가 '일간 종합 신문'이라고 답했는데, 무려 12.6%가 'JTBC·MBN·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TV'라고 답했다. 종편이 종합 일간지와 맞먹는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이는 매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여론 조사 자체가 일반 전화 RDD(무작위 임의 걸기) IVR(ARS)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편중 현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세부적인 분석 결과에서는 몇 가지 의미를 찾을수 있다.

종편에서 정치 뉴스를 취득하는 세대, 지역, 직군을 따지면, 50대(18.3%)와 60대 이상(16.5%), 충청권(19.9%)과 경남권(16.6%), 전업주부(17.6%)와 생산·판매·서비스직(15.1%)에서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종편 선호 계층이 대부분 노인, 영남 등 보수 지역,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디어법의 입안과 탄생 과정을 지켜봤던 국회 문방위 소속 한 보좌관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서민'들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정치에 관심 있어 하면서 싫어한다는 특성이 있다. 종편이 그 점을 잘 파고든다.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아이템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수다'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맞아', '그렇지' 하면서 보수적인 신념을 강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자영업자들에게 특히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본다. 아침에 신문 훑고 그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시간으로 종편에서 '업데이트'를 해주니까 하루 종일 종편을 틀어놓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종편의 성향이 특정 정당의 시각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종편에서는 정체 불명의 정치평론가들이 등장해 야당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지난 대선 때는 역술인이 등장해 정치 평론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광경까지 연출됐었다.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이봉규 씨의 경우 종편에 출연해 "여성 대통령이 나올 타이밍" 등 말을 쏟아냈다가 선거 방송 심의에서 '주의' 제재를 받은 후, 몇 개월 후에 또 "노무현 '서거' 용어 대신 '자살'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막말을 해 '경고'를 받았다. '특정 정파에 대한 막말→징계→막말→징계' 등이 이어지지만 이런 인사들은 현재까지도 시사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의 한 PD는 "종편 시사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공천에 몇번 실패한 보수 정당 정치인인 것을 뻔히 아는데 객관적인 척 '정치평론가'로 출연해 특정 정당을 비난하는 '수다'를 떤다. 보통 패널들이 보수 성향일수록 얼굴에 '철판'을 잘 깐다. 그러나 진보 성향 인사들은 부끄러워하거나 그런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것이 극대화 된 게 종편 패널들이다. 보수 패널 9명이면 진보 패널 1명이 출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민주당 안에서는 실제 종편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지난 2월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문희상)가 배재정 의원실을 통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7명 전체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원의 99.1%가 대선 당시 종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38%(43명)는 영향력이 "보통"이라고 답했고, 28.3%(32명)는 "약간 있다", 24.8%(28명)는 "조금 크다", 8%(9명)는 "매우 크다"고 답했다. '영향력이 없다'고 응답한 의원은 없었다.

▲ TV조선은 대선 기간에 <신율의 대선열차>라는 시한부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수 성향의 정치 평론가를 무더기로 출연시키는 등 '정치적 재미'를 봤다. ⓒTV조선

野, 선거 앞두고 종편 안에 들어가 싸울 것인가

야권 인사들은 특히 종편이 심각한 '이념 불균형 상황'에 기여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한 보좌관은 "내년 선거에서 종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다. 공격적으로 출연해 '보수 편향'을 교정해야 할지, 아니면 적당한 수준에서 출연하고 '무시'하는 방식으로 갈지…"라고 말했다.

선거는 종편에게 '대목'이나 다름없다. 종편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편성했었다. '신개념 프로그램'으로 포장됐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제작비가 싼데다 정치 과잉 분위기에 편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권민수 대표는 "종편이 대선 기간 동안에 짭짤하게 시청률을 모으고 난 다음에, (또 다시) 선거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권 대표는 "정권 차원에서 자기네가 사회적 이슈를 점유하겠다는 수단으로 종편을 활용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앞으로도 박근혜 정부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불만을 다스리려고 할수도 있다. 처음에는 별 이슈가 안 되더라도 계속 집중하면 사람들이 익숙해진다. 정부와 '공생 관계'로 본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4일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종편은 '특별 프로그램' 등을 편성해 '선거 특수'를 노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친여 성향의 정체 불명 인사들이 무더기로 출연해 '정치 평론'을 쏟아내는 '종편'에 대응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종편 안에서 싸우느냐, 밖에서 싸우느냐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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