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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격 사퇴…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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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격 사퇴…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

[분석]박근혜 정부 '공안파'와 <조선일보>의 합작

채동욱 검찰총장이 결국 <조선일보>의 공세로 촉발된 '권력 게임'에서 무릎을 꿇게 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채 총장을 감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마자 채 총장이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양건 전 감사원장에 이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외풍'에 의해 낙마한 사정기관장으로는 두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인사 파동'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법무부가 채 총장 사퇴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같은 전망은 힘을 얻는다. 여권 내 '특정 세력'이 임기가 보장된 검찰의 총수를 사실상 밀어냈고, 그 배경에는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채동욱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무근…의혹 제기로 직무수행 어려워"

채 총장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검찰총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여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은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왔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으며, 그 외에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역으로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 불편부당했거나 법률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채 총장은 특히 자신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저의 신상에 관한 모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혀둔다"며 "근거없는 의혹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근거없는 의혹제기"로 인해 "직무수행"이 어려워져 사퇴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신이 사퇴하게 된 원인으로 <조선일보>를 지목한 셈이다.

▲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채 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감찰을 실시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황 장관은 13일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라며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할 수 없다. 조속히 진상을 밝혀 논란을 종식시키고 검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황 장관의 발언 수위는 상당히 높다.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신뢰"에 직결된다고 한 것이다. 이는 발언 자체만으로 문책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매우 크다.

결과적으로 황 장관은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문책한다는 부담, 현직 총장에 대한 감찰을 처음으로 실시한다는 부담,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부담 등, 각종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채 총장을 정면 겨냥한 모양새가 됐다. 채 총장이 물러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황 장관이 쐐기를 박은 것이다. 결국 사정기관의 중립성을 정부 스스로가 훼손했다는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정점으로 하는 '공안 권력'의 볼모 된 '특수통 총장'의 말로

한 정치권 인사는 채 총장 사건과 관련해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기획'설, '청와대 기획설' 등이 들려온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았던 채 총장에 대해 권력 요직을 장악한 이른바 '공안파', 그리고 군인 출신 인사들이 불만을 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청와대의 OOO가 작업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같은 의혹의 근거는 무엇일까. 최근 정국 분위기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채 총장 체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실상 이 기소로 정권 자체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됐다는 평이 나왔다. 이 사건의 파장은 구 친이계의 강한 반발로 인한 여권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으며, 야당의 장외 투쟁에 따른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강경 보수 세력에게 채 총장은 '정권에 부담을 준' 총장이었던 셈이다. "신종맥카시즘"이라는 발언은 벼르고 있던 보수층의 뺨을 때려준 격이었다. 실제로 극우 단체들은 채 총장에 '종북' 딱지까지 붙이며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둘째,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검찰이 보였던 태도를 주목해야 한다. 검찰은 이날 이석기 의원 사건을 송치받았는데, 송치에 앞서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에 공개적인 경고음을 냈었다. 차경환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건에서 독특한 게 수사 중에 진위를 떠나 각종 보도들이 너무나 많이 나왔는데, 혐의 사실의 보도는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공안 당국'의 무리한 언론플레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인데, 국정원이 여적죄 적용을 갑자기 들고 나오는 등 여러모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같은 검찰의 반응은 검찰의 기소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보수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셋째, 청와대가 그간 채 총장에 대해 마뜩찮다는 반응을 드러내왔던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우리가 뽑은 총장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별한 '색깔'이 없고 권력 관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였기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채 총장 임명 당시부터 "청와대가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채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때문에 <조선일보>의 '혼외자'보도는 방아쇠를 당긴 것에 불과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한 온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 뒤에는 '공안파'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부상한 '공안파'의 대표적인 인사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점으로 하는 '공안 검사 라인'이다. 채 총장 사퇴 파문은 홍경식 민정수석,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공안 라인'에게 인사권이 잡혀있는 '특수통 검찰총장'의 말로이기도 하다. 채 총장의 사퇴는 '공작 정치' 논란과 '공안 정국' 논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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