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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교량 전문가', 무더기 교량 공사인 '대운하'와 무관?

4대강 조사위원장 장승필 '사퇴의 변'이 석연치 않은 이유

정부가 대운하 핵심 설계업체의 사외이사 출신 인사를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장으로 발탁해 논란을 자초했다. 주인공은 서울대 명예교수인 장승필 위원장이다.

그간 "공정한 위원회의 구성을 위해 중립성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중립 성향 위원 선정을 위한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해온 국무조정실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장 위원장이 사외이사를 지냈던 유신코퍼레이션은 현재 4대강 사업 관련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결국 사퇴한 장승필 위원장, 유신코퍼레이션에서 1억 가까운 급여 받아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장 위원장은 12일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장에서 전격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퇴 이유와 관련해 그는 보도자료를 내고 "유신코퍼레이션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것은 수자원분야로 본인의 전공인 교량분야와 달라 관여할 수도 없었고 실제 관여한 바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4대강에 참여한 회사의 사외이사직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의혹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국무조정실 검증과정에서 4대강 관련 회사의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여 이해관계가 있는지 확인요청이 있었으나 본인은 동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4대강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없다'고 자필 표기한 바 있다"며 "본의 아니게 정부에 누를 끼치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의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점은 변함없다.
▲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12월 15일 건설산업비전포럼, 대한토목학회, 대한건축학회와 함께 우리나라 건설 산업 분야 청렴도 제고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편종근 대한토목학회장,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장승필 건설산업비전포럼 대표, 손장열 대한건축학회 회장. '대운하 전도사'인 이재오 의원과 나란히 선 장승필 교수의 모습이 이채롭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 위원장은 지난 2007년 3월 23일부터 3년간 민간 건설업체들이 모인 '대운하 컨소시엄'의 설계용역을 맡은 유신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사외이사의 연봉은 약 3000만 원으로, 이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총 1억 원 가까운 급여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신코퍼레이션의 2008년 5월 15일자 분기 보고서에는 2008년 2월 27일 대운하 컨소시엄을 주도한 현대와 "경부운하 민간투자사업 최초제안서 작성 용역', '경부운하 민간투자사업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대운하 설계용역으로 180억 원을 받았었다.

대운하 사업 과정에 밝은 한 인사는 "민간 건설사 빅5의 대운하 컨소시엄 사무실이 처음 강남에 둥지를 틀었는데, 당시 설계 등에 있어서 핵심 회사가 유신코퍼레이션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운하 계획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교량 전문가'가 무더기 교량 공사 포함된 '대운하'와 무관하다?

장 위원장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것은 수자원분야로 본인의 전공인 교량분야와 달라 관여할 수도 없었고 실제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지만 2008년 대운하 사업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교량 부분이었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경부운하주식회사(가칭, 현대건설 주도의 민간 컨소시엄)'가 작성한 '경부운하민간투자사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경부운하, 즉 대운하에 2500톤급 배가 다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강과 낙동강에 놓인 136개 다리 중 68개를 새로 짓거나 크게 손을 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제교량학회(IABSE) 부회장까지 지낸 자타 공인 국내 교량 전문가인 장 위원장이 대운하 사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대운하 설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회사의 사외이사가 감사원 감사 결과 "대운하 전단계"로 확인된 4대강 사업 진행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다.

유신코퍼레이션은 이명박 정부에서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민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운하 컨소시엄이 꾸려졌을 무렵인 12월 28일 이후 유신코퍼레이션은 3거래일 만에 주가가 42% 급등했다. 대운하 설계를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신코퍼레이션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에도 4대강 사업 설계에 참여했었다. 유신코퍼레이션은 삼성물산과 함께 낙동강 32공구 공사의 설계업체로 입찰에 참여했으며, 현대건설이 낙찰 받은 한강 6공구 공사 설계에도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8월 4대강 사업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유신코퍼레이션을 압수수색했다. 결국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인물을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장으로 발탁한 배경은 무엇일까.

향후 이번 '인사 파동'을 수습하더라도 정부 주도의 4대강 사업 조사의 신빙성에는 의문이 커질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홍원 국무총리의 위신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의 감사를 수행했던 양건 전 감사원장을 사실상 내몬 이후, 4대강 사업 평가 작업을 무마하는 식으로 '구 친이계' 세력과 모종의 '타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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