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 회의를 열고, '대한민국 산업 혁신 방안'이라는 주제로 김광두 부의장의 마지막 보고를 받았다. 보고 직전 모두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산업 혁신에 대해서 제가 구체적으로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경제나 산업 정책 부분에서는 다들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제가 고수 앞에 먼저 말씀 드리다가 낭패를 볼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라고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산업 혁신'이라는 회의 주제 자체에 대해서는 "아주 시의적절하다"며 "특히 대한민국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서도 대단히 절실한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전통 주력 제조 산업을 혁신해서 고도화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도,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경제를 혁신해나가는 것도 대단히 절실한 과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가 요즘 침체, 부진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심지어는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들도 있는데, 오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활기를 되찾고 미래를 향해서 열심히 달려갈 수 있는 좋은 논의들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21명으로 구성된 민간 자문위원 토론에서는 '적폐 청산 자제론'과 '재벌 개혁론'이 동시에 제안됐다. 문 대통령은 두 상반된 제안을 별 다른 말 없이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두 부의장은 이날 대통령 보고에서 중장기 산업 혁신 과제로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을 내세웠다. 김 부의장은 "일부 기업들은 노조의 불법 행위가 과하다고 느끼고, 적폐 청산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이런 부분을 없게끔 해서 기업하려는 분위기를 좀 더 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반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제조업 혁신을 위해서라도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 교수는 "산업 혁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회와 유인"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기회와 혁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구조와 법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론이 맞선 가운데, 김광두 부의장이 직을 계속 유지할지도 관심이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기자를 만나 "김광두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김광두 부의장은 "그건 김현철 보좌관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오는 2019년 1월 1일부터 국가미래원 원장직으로 다시 돌아갈 뜻을 지난 16일 밝혔다. 김광두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때 청와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김광두 부의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광두 부의장의 사표를 수리할지 아니면 김 부의장을 재신임할지 여부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광두 카드를 섣불리 버리지 못하는 것은 경제 지표가 어려워지자 대기업 중심·규제 완화 정책으로 회귀하려 하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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