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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종편이 "고품격", "미디어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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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종편이 "고품격", "미디어 신화"?

'종편 탄생의 비밀' 담긴 문서 공개되면 방통위·종편 '초토화'될 수도

"신규 매체와 기존 매체 간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고품격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자동차나 반도체 신화가 그랬듯 지금 우리가 뿌린 미디어 산업 육성의 씨앗은 10년, 20년 후 우리의 자식들이 미디어 신화로 결실을 거둘 것이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날치기'로 미디어법을 처리한 직후인 2009년 7월 26일,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내놓은 장밋빛 전망이다. 그러나 격한 논란 속에서 태어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지금 모습은 초라하다. 여전히 시청률은 0%대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며, "고품격 콘텐츠" 대신 "종북 척결", "빨갱이"와 같은 말이 난무하는 '막말 방송'으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는 신세가 됐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편 4개사의 적자 규모는 2760억 원에 달한다.

고품격 콘텐츠? 재탕·막말 방송 판치는 종편

종편은 가시밭길 앞에 서 있다. 당장 오는 9월 시작될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9일 발표한 종편 및 보도PP의 '(20)12년도 사업 계획 이행 실적 점검 결과'만 봐도, 상황이 심각하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뉴스Y> 등 종편과 보도PP는 2011년 12월 개국 방송을 한 이후로 1년 반 동안 콘텐츠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제작비가 싼 정치 논평 프로그램을 무더기 편성했으며, 많게는 하루 방송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돌려 방송 사업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점검은 2011년 방통위가 종편 및 보도PP 신규 승인 때 부과했던 승인 조건에 따라 종편 및 보도PP가 제출한 이행 실적 자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종편 승인 후 첫 점검이라는 점, 9월에 시작될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크다.

방통위에 따르면 종편 등은 자신들이 낸 사업계획서에 비춰봤을 때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방안', '국내 방송 장비 산업 기여 계획 및 연구개발(R&D) 방안',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 방안' 등의 일부 항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종편 프로그램 등에서 촉발된 막말 파문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종편 등은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방안'으로 제시했던 별도 기구 운영 계획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신율의 시사열차' 캡처

정치 평론가들을 다수 출연시켜 각종 시국에 대한 논평을 쏟아내는 방식의 '유사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타 프로그램을 압도했다. <MBN>이 51.5%로 가장 많았고 이어 <TV조선>이 35.9%, <채널A>가 33.1%, <JTBC>가 20.2% 등이었다. 재방송 비율은 심각하다. <JTBC>가 무려 58.99%(사업 계획 5.6%)를 재방송으로 채웠고, <TV조선>이 56.2%(사업 계획 26.8%), <채널A>가 56.1%(사업 계획 23.6%), <MBN>이 40%(사업 계획 32.9%)를 기록했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는커녕 '재탕·삼탕 방송'이 판을 쳤던 것이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현저히 부족한 종편도 있었다. 특히 <TV조선>의 경우 '국내 제작 및 외주 제작 방송 프로그램 편성 비율' 준수 여부 점검 결과 유일하게 승인 조건(35% 이상)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TV조선>의 지난해 하반기 외주 제작 방송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32.3%에 그쳤다.

투자액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 방안' 중 종편 등 5개사의 콘텐츠 투자액(자체 제작 + 외주 제작 + 구매)은 총 3453억 원으로 계획 대비 47.4%에 그쳤다.

방통위는 종편 등의 사업자가 외주 제작 방송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위반하거나, 당초 사업 계획에 비해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방안 및 콘텐츠 투자 계획, 재방 비율 관련 이행 실적 등이 미치지 못할 경우 종편 사업자에 대해 "승인 조건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시정 명령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타 사업 계획 미이행 사항 등에 대해 해당 사업자별로 이행을 촉구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금번 이행 실적 점검 결과를 2014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종편·보도PP 재승인 심사 등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가 재승인 심사에 실제로 반영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종편 탄생의 비밀' 담긴 문서 공개되면 방통위·종편 '초토화'될 수도

방통위는 8월까지 종편 등의 재승인에 대한 심사 계획안을 마련하고, 9월부터 본격적인 재승인 절차에 돌입한다. 이경재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에 출석해 "종편이 제시한 목표와 계획을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간 점검 결과가 이 정도 수준이면 재승인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폭탄'은 아직 남아 있다. 조만간 종편 4개사와 보도PP 등에 대한 심사 자료 일체가 공개될 예정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관계자는 "아직 방통위 측에서 공개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지난달 방통위가 정보 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언급한 오는 12일이 공개 날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공개될 자료는 종편·보도채널 승인 심사자료 일체 외에도 △승인 대상 법인의 특수 관계 법인 또는 개인의 참여 현황 △승인 대상 법인의 중복 참여 주주 현황 △종편·보도채널 선정 법인의 주요 주주의 출자 과정 및 금액 등이 될 전망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 당시 무수한 뒷말이 나왔던 만큼,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특혜나 편법, 불법 소지가 있었는지 등이 관심사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중복 참여 주주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종편 심사 당시 업계에는 "종편 등 사업 승인 조건에는 '투자자의 중복 참여 금지'가 있지만 중복 참여 주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혹이 널리 퍼져 있었다. 만약 특정 투자자가 두 개 이상의 종편 채널에 중복 투자하고 있다면, 이는 심사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편법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가 약속한 투자 금액과 실제 투자된 금액이 다르다는 게 확인될 경우도 문제가 발생한다.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투자 액수를 부풀리는 식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종편에서 탈락한 <CBS>의 심사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다. 종편 등과 관련된 자료가 공개될 경우 <CBS>의 자료와 비교 분석을 통해, 종편 등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 일부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편 심사 자료 공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 방통위의 부당한 행위가 발견될 경우, 방통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 후속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통위도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언 유착'이 박근혜 정부 들어와 철퇴를 맞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정언 유착' 관계가 탄생할지, 방통위가 종편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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