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D-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밤,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 실력 행동에 나섰다.
우선 김형오 국회의장이 '원군'으로 지원사격 했다. 민주당에 의해 법사위에서 가로막혀 있던 예산 부수법안의 '직권상정'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김형오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산회하기 직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의장으로서 말씀드린다. 법사위원장과 법사위원은 오늘(30일) 12시까지 예산부수법안을 비롯해 주요 법안들을 심사 처리해주시기 바란다"고 사실상 '심사 기일'을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31일 새벽에 처리한다는 '조기 종결'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 법사위 의장석 '탈튀'후 예산 부수 법안 '날치기' 상정 미수
국회법상 '직권 상정'에 선행되는 단계로 의장이 통보하는 '심사 기일 지정'은 법안의 이름을 거론해야 법적으로 성립되나 김 의장이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장의 발언을 사실상 '심사 기일 지정'으로 보고 "직권상정을 하려는 수순"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이날 8시 50분 경 법사위의 한나라당 간사 장윤석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한 틈을 타 의장의 사회권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하며 법사위를 열고 예산 부수 법안을 모두 일방적으로 '날치기' 상정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민주당 의원들이 법사위 회의장에 진입해 장 의원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정은 했지만 처리에는 실패한 장 의원은 결국 유선호 위원장에 의장석을 내줘야 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야당 의원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고 본회의가 열리는 도중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슬금슬금 와서 회의를 여는 것이 회의냐"고 항의했다. 이춘석 의원도 "전문위원들이 왜 와 있나. 속기사는 누가 불렀느냐"고 따졌고 우윤근 간사는 "무리하게 의장석을 탈취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유선호 위원장이 "한나라당이 상정한 예산부수법안 20건은 원천 무효"라고 선언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법안이 상정됐다는 것은 의장이 법안 명을 거론해 심사 기일을 지정한 후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 표결에 붙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의장이 이날 '12시'라는 시한을 못박은 것도, 12시를 넘겨도 진전이 없을 경우 예산 부수 법안의 심사 기일을 지정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직권상정에 앞선 명분 쌓기라는 의혹이 이는 까닭이다.
이날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개정안 등 3개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했다. 현재 20개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대부분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에 관한 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지방세법 등 세금 관련 법안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밤샘 준비를 하라"는 문자를 돌렸고, 현재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예산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도 의원 전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황이다. 민주당은 예결위 회의장 사수를 위해 60여 명의 예결위 농성조를 배치한 상태다. 결국 이날 자정 께 여야 의원들의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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