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디 데이'를 하루 앞둔 '폭풍 전야'다.
일반 예산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30일 오후 민주당과 협상 종결을 선언하고 자체 수정안 마련에 돌입했다. 3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집도 요청했다. 사실상 단독 처리 수순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예산은 결국 합의하지 못하고 민주당 주장의 일부만 반영된 채 종결됐다.
이와 분리해 협상 중인 '4대강 사업 예산' 협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중단됐다. 투트랙 협상 어느쪽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여야, 충돌 코스로 돌입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협상을 끝내겠다"며 "끝내 합의가 안되면 도리없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두 채널로 진행됐던 협상이 (모두)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더 시간을 갖고 마지막까지 더 노력할 것이 없는지 고민하면서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에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일단 기다려 달라"고만 했으나 협상 결렬 이후 수순을 염두에 둔 뉘앙스다.
여야 모두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 몰린 형국이다.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 김광림 의원은 "내일 예결위 장소는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예결위회의장이 될 것"이라며 "시간은 지금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들에게 "밤샘에 대비해 준비를 하라"는 내용을 단체 문자를 보냈다.
결국 31일 예결위 소집을 요청한 한나라당 예결위원들과 회의장을 14일 째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예결위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명분을 쌓은 후 회의장 변경을 통해 예결위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후 김형오 의장이 의장석을 지키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 수정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저들(한나라당)은 예결위 회의장을 쳐들어올 궁리만 하고 있고, 강제로 상황을 뚫고 갈 고민만 하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힘을 합쳐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도 국회법을 충분히 검토해 봤는데 회의장을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고 국회법 정신에 정면 위배된다"고 말했다.
4대강 예산 협상 사실상 '결렬 수순'
4대강 예산 협상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고 있다. 실무 협상을 담당했던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의총에서 "16개 보에서 반정도 논의 할 수 있고, 보의 높이는 맞춰야 한다는 큰 양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첫 회의부터 토씨하나 틀린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은 민주당 수정안인 1조4520억 삭감에 대한 부분을 수용하겠다고 하면 변화는 남아 있지만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저 사람들(한나라당 원내지도부)은 실제로 4대강 사업 문제에 대해 결정할 재량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누구도 이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결국 앞뒤가 꽉 막혀있다"고 비난했다.
쟁점이 되는 보 설치, 하천 바닥 준설과 관련된 수공 사업비를 정부 예산으로 변경해 내년 추가경정예산으로 넘기는 기존의 주장과 관련해 그는 "원칙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보 높이와 개수, 준설량은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액을 일정 부분 삭감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결국 입장차가 좁혀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김광림 의원은 "4대강 예산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안은 두 가지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안에 포함할 자체 안을 이미 만들었다는 의미다.
일반 예산도 결국 한나라 '입맛'대로
이강래 원내대표는 "일반 예산은 거의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더이상 논의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일반 예산 협상을 진행한 민주당 에결위 간사 이시종 의원은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끌어들여 생색내기, 구색 맞추기 식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간사 김광림 의원은 "합의도 아니고 결렬도 아닌" 협상을 종결한 후 일반 예산안의 수정 규모를 심재철 예결위원장에게 보고했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내년 예산은 2조 8000억을 사실상 줄인 293조 원이다. 이 중 여야가 동의한 삭감 액수는 상임위에서 올라온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7800억 원이다. 30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 발행 규모로 1조 원 이상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증액은 민생 복지 예산 부분에서 4500억 원을 늘린 데 그쳤다. 대부분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안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한 민생 복지 예산 5조1200억 원 증액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시종 의원은 "민주당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맣이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교육, 복지, 민생, 농민, 중소기업, 재래시장, 이런 어려운 이웃들에게 많이 증액하는 예산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강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하려고 했던 정책사업이 어떤 것도 반영될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김광림 의원은 "노인 틀니 지원 예산 83억 원은 민주당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해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자체 수정안에 포함될 전직 대통령 기념 사업 관련 예산 135억 원 신규 편성은 여야간 이견이 없었다. 이 중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 사업 관련 예산은 4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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