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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비운의 황태손'은 어쩌다 검찰에 불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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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비운의 황태손'은 어쩌다 검찰에 불려갔나

박근혜 정부에서 잘나가는 삼성 인맥, 추락하는 CJ 인맥

삼성가(家)의 '비운의 황태손'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섰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으로 25일 검찰에 소환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재벌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재현 회장은 현재 수천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운용을 통한 510억 원의 조세 포탈, CJ제일제당의 회사 돈 600억 원 횡령, 350억 원의 배임 혐의 등이다. 이 외에 이 회장이 차명으로 구입한 고가의 미술품 관련 '비자금 세탁' 의혹, CJ그룹의 주가 조작 의혹, 해외 법인을 통한 자산 국외 도피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져나오고 있다. 재벌 비리의 '백화점'이라 부를 만하다.

현재 CJ그룹은 그야말로 '공적'이 돼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중앙일보>를 비롯해 보수 일간지, 경제지, 진보 언론 할 것 없이 이재현 회장의 '비리'와 '검찰 수사' 중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전쟁'에서 이재현 회장의 편을 들어줄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갑작스럽게 CJ그룹 수사에 나선 것은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 2009년 CJ그룹 관련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4년 묵은 사건'이 왜 이제 와서 빛을 보게 됐는지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많다. "CJ가 박근혜 정부에 밉보였다"거나 "삼성과 상속 분쟁 과정에서 삼성에 밉보였다"는 식의 분석들도 그럴듯한 '음모론'으로 포장돼 세간에 나돌고 있다. 정말 그럴까?

▲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이재현 CJ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외 비자금 운용을 통해 510억 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CJ제일제당의 회사 돈 6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350여억 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MB 정부에서 잘나가던 CJ그룹, 어쩌다 '공적'이 됐을까?

CJ그룹은 1953년 설탕 회사로 시작했지만 결국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옛 제일제당을 전신으로 두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 CJ를 이끌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부친인 이맹희 씨와 그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갈등은 1967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 이래로 무려 46년간이나 지속됐다. 1993년 제일제당이 계열 분리돼 CJ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고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재현 회장은 삼성 측과 꾸준히 갈등을 키워왔다. (관련 기사 : 삼성家의 그늘, 이맹희는 누구?)

CJ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2009년 12월 24일, CJ그룹은 계열사인 CJ오쇼핑을 통해 오리온그룹으로부터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2010년 미디어 업계 1위의 채널 수를 보유하게 된다. 2011년 3월 1일에는 엠넷미디어, CJ미디어, 온미디어를 CJ E&M의 방송 사업 부문으로 통합시켰다. 같은 해,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갈등을 벌이기는 했지만, CJ의 '몸집 불리기'는 꽤 성공적이었다. 뉴스 보도 채널만 없을 뿐이지, CJ그룹은 사실상 '미디어 제국'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독과점 논란, 비자금 의혹, 차명 재산 의혹 등이 불거진 것만 수차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CJ는 5년 내내 건재했다. 2009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권 실세들과 교분설, 로비설 등이 불거졌지만, 이재현 회장은 무사했다.

왜 그랬을까? 이와 관련해 이재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자 '절친'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과 돈독한 관계라는 점 등이 주목을 받았다. 역시 고대 출신에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로 불렸던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 이 회장은 친구 사이다. 심지어 룸살롱을 함께 드나들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적이 있다.

이 회장은 천신일 회장에게 세무 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특별한 '건수'를 건져내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 초반, 정권 실세의 권력이 서슬 퍼렇던 시기여서 그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배경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CJ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 핵심 인물들과 관련된 비리 파일을 구축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죽은 권력을 겨냥하기 위해 산 권력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재벌 수사'에 착수했고, 그것이 하필 CJ였다는 것이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에서 잘나가는 삼성 인맥, 추락하는 CJ 인맥

CJ그룹은 적이 많다. 이명박 정부에서 성장한 대가로 생각될 수도 있다. 특히 미디어 업계에서 CJ는 '공적'이나 다름없다. 단적인 예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종합편성채널 4사 TF(태스크포스) 내부 문건에는 <중앙일보> 계열의 JTBC 측이 "CJ를 총체적으로 공략해서 어느 수준에서 CJ가 백기를 들면 그 이후에 각 사가 사정에 맞게 개별 협상을 벌이도록 하자"고 제안한 내용이 등장한다. 신규 채널 사업자인 종편이 CJ그룹 때문에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게다가 삼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앙일보>가 삼성과 불편한 관계인 CJ에 대한 "총체적 공략"을 제안한 것도 그냥 봐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CJ그룹 계열 방송의 '정치 풍자쇼'는 보수 단체들에 의해 '친노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까지 거침없이 풍자했던 'SNL코리아'는 최근 일부 꼭지를 결방했다. MBC 출신 최일구 전 앵커를 내건 토론 프로그램을 론칭하려 했지만, 갑자기 방송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CJ가 정권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말도 나왔다.

CJ그룹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홀대'도 눈에 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수행단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이 회장이 검찰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정권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등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난 직후 CJ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는 점만 '팩트'로 남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삼성재단 소속인 성균관대 출신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CJ와 연관이 있는 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부분 소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안철수 의원 측과 '대선 출마 포기 압력' 공방을 벌이다 실패한 후 밀려난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CJ그룹 임원 출신이라는 점은 이 같은 분석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외에도 CJ그룹 고문(부사장급)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최측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기자 막말 파문'으로 대선 캠프 요직에서 밀려났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박근혜 정부에서 삼성 측 인사들이 승승장구하고 CJ 측 인사들이 밀려나는 모양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런 배경을 나열하는 것은 '왜 4년간 묵혀온 CJ그룹 수사가 지금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되지는 않는다. 확실한 것은 CJ가 이명박 정부의 혜택을 받고, 삼성과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이다.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이 재벌 비리를 수사하는 경우는 첫째, 정치적 목적이 있거나, 둘째, 경제 정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재계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말이 있다. 온갖 불법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면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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