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의 최대 쟁점인 4대강 사업 예산 삭감 규모를 두고 여야는 30일에도 평행선을 달렸다. 물밑에서는 협상이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 가능성을 거듭 내비치고 민주당도 협상 결렬에 대비해 집단속에 나서는 등 상황은 악화쪽으로 기울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약속한대로 내일까지 합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끝내 합의가 안 되면 도리 없이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단독 강행 처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협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을 착착 진행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저쪽(한나라당)이 치고 들어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최선을 다해 막겠다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방어선을 단속했다.
이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 관련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 타결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당 모두 협상 결렬에 대비한 비상체제의 고삐를 죈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협상 파기를 선언하고 예결위와 본회의 단독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예결위 회의장을 제3의 장소로 변경해 처리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는 김형오 의장도 예결위에서 처리해 오면 곧바로 본회의 처리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 전전긍긍이다.
박병석 "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파격 양보안 제시하겠다"
파국이냐 타결이냐의 키를 쥔 4대강 예산 회담도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예산 관련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이날 오전 10 30분에 예정된 협상에 앞서 "당 내에서 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파국을 막도록 한나라당 내부의 양심있는 세력과 민주당이 (4대강 예산 삭감)논의를 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보 설치, 하천 바닥 준설 관련 예산의 전체 삭감이 기본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통해 준설량을 5억7000㎥에서 2억2000㎥로 줄이고, 보의 개수를 16개에서 5개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보의 (개수) 일부를 늘일 수 있다고 밝히겠다. (보와 준설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타협안을 제시하겠다. 단 그 경우 보의 높이는 낮춰야 한다"고 협상 파트너인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박병석 의원이 오늘 뭔가 기대를 해도 좋다고 말했는데, 이강래 원내대표가 말해왔던 보의 숫자, 또 보의 높이, 하천 바닥 준설량을 줄여달라는 주장에 다름이 아닌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 늘 주장해 왔듯이 보의 숫자와 높이, 준설량은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에 박 의원이 "뼈를 두고 살을 깎는다는데 한나라당은 화장만 고치는 것 같다"고 꼬집자 김 의장은 "민주당은 자꾸 뼈의 존재 조건 자체를 바꾸자고 한다"고 받아치는 등 신경전도 이어갔다.
양보안을 들고 온 박 의원은 '4대강 국민위' 설치 필요성에 여야가 공감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은 파동을 겪어야 한다"며 "국민위원회 설치는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서도 "여야가 예산안을 연내에 합의처리할 경우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은 이미 밝혔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국민위가 설치돼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등 국회 기능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오전 협상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양당은 오후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현재로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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