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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장, 박 대통령 반대에도 "박정희 기념 공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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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장, 박 대통령 반대에도 "박정희 기념 공원 추진"

최창식 구청장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해 보겠다며 너무 열렬"

박정희 전 대통령 유족의 반대에도 서울 중구청이 박 전 대통령 기념 공원 추진을 강행할 전망이다. 중구청이 약 28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하겠다고 밝힌 박정희 기념 공원의 부지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옛 자택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58년부터 5.16쿠데타 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공간으로 옮길 때까지 3년 4개월 동안 이곳에서 살았다. 쿠데타의 산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군사 쿠데타를 "5.16혁명"으로 표현한 새누리당 소속 최창식 중구청장이 이 자택과 주변에 4070㎡ 규모의 기념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에 100㎡짜리 기념관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28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전체 비용 중 50%에 가까운 140억 원을 정부가 보조하고, 나머지 중 20%를 서울시가 낸다는 계획이다. 중구청은 30% 정도인 90억 원가량만 투입하게 된다. 상황이 이러니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다.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서는 안 된다"며 중구청의 박정희 기념 공원 조성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창식 구청장은 10일 주민이 원한다며 이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구청장은 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4월 기본 구상안을 냈고, 지난달 말 '타당성 조사 및 기본 용역 계획'까지 마쳤다. 현재 서울시에 투자 심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옛 신당동 자택 ⓒ서울 중구청

쿠데타의 산실에서 무엇을 기념한다는 것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자택은 쿠데타의 산실이다.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가 쓴 <박정희>에는 신당동 자택에서 쿠데타 모의가 이뤄진 장면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신당동 자택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휘하 육군사관학교 8기생 등 군 간부들을 불러 모아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군사 반란을 위한 조직을 갖추고 역할을 나눴다.

그리고 1961년 5월 14일 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당동 자택에서 자신의 조카사위 김종필이 가져온 '혁명 공약', 호소문, 포고령 등의 문안을 자정 넘게 검토했다. '쿠데타 구상'이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은 '거사일' 전날에도 신당동 자택 안방에서 김종필 등과 하루 종일 문건을 읽고 고치고 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1961년 5월 15일 밤 10시, 박 전 대통령은 아내 육영수 여사가 꺼내준 권총을 차고 현관을 나서면서 "내일 아침 5시 라디오를 들어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촉발된 시점이다. 이 같은 신당동 자택에 기념관이 들어서면 어떤 정신을 기념하게 될까.

최창식 구청장은 10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했다. "쿠데타를 모의할 때 살던 집인데, 그런 의미에서 기념하기에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진행자가 지적하자, 최 구청장은 "공이든 과든 역사적 현실을 지역 자원으로 스토리화(化)해 만들고 그걸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역사를 보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과정을 스토리로 만들어 널리 알리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 구청장은 이미 공원의 이름까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주민들하고 몇 번 토론을 했더니 기왕이면 우리 지역 브랜드도 있고 우리 지역 주민의 자부심도 있으니, 길게 붙이지 말고 박정희공원 하면 어떠냐, 이런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보육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을 벌이는 데 대한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최 구청장은 "보육료의 성격하고 이것은 또 다르다"며 "중구에 관광 인프라는 아주 적다. 명동, 남대문, 동대문 등 쇼핑 관광 위주로 되어 있기 대문에 이러한 것(박정희 기념 공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명소로 만들면 중구 전체가 관광지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 공원 조성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최 구청장은 "주민들이, 자기들이 한번 적극적으로 해 보겠다며 너무 열렬하게 (요구)한다. 주민들 의사도 타진하고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 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소속의 최 구청장은 그간 튀는 언행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지난 3월 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짝퉁' 트위터 계정에 낯 뜨거운 찬사글을 남겨 망신을 당했던 전력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계정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국운을 이르켜(일으켜) 세울 지도자께서 구청장까지 이르켜(일으켜)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울의 중심 중구를 세계인의 역사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습니다"라는 멘션을 보냈는데, 문제의 계정이 박 대통령 패러디 계정으로 밝혀진 것이다. 트위터에는 "'짝퉁 계정'에 '박비어천가'를 보냈다"며 최 청장을 비꼬는 글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서울 중구청장, 대통령에게 아부 트윗 남겼다 망신)

최 구청장은 최근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강제 철거, CCTV 설치 해프닝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 구청장 중 가장 논란을 많이 일으키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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