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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조선>, 역사 교과서를 정조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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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조선>, 역사 교과서를 정조준하다

뉴라이트 사관 반영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본심사 통과

여당 유력 정치인의 싱크탱크와 <조선일보>, 그리고 뉴라이트가 뭉쳤다. 이들 삼각편대가 '교과서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이 주도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 중·고등 한국사 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회의가 31일 열렸다. 이들은 그간 근현대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이 주요 필자로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보수 진영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이 교과서가 오는 8월 최종심을 통과하면 한국 고등학생들은 내년부터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된 교과서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지난 2008년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대안 교과서를 발간한 적이 있지만, 비슷한 성향의 교과서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될 자격을 갖춘 적은 없다. '뉴라이트 교과서'가 8월 최종심마저 통과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관철되지 못한 것이 박근혜 정부 들어 관철되는 셈이다.

▲ 지난 2008년 자유교육연합과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보수 성향의 5개 교육·사회 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한민국 교과서 추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폄하 등 역사 왜곡 논란 불러일으킨 한국현대사학회 인사들

'뉴라이트 교과서'를 주도하는 한국현대사학회는 어떤 단체일까. 2011년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단체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핵심 회원 61명 중 근현대사 전공자는 8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회의 특징 중 하나는 박근혜 정부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이 학회가 발행하는 <한국현대사연구> 편집위원장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았던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집필자 중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적극 주장하고, 5·16쿠데타를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었다.

이 문제의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를 만든 교과서포럼의 주요 인사들도 한국현대사학회에 포진해 있다. 안병직·박효종·이인호 서울대 교수, 유영익 연세대 교수, 차상철 충남대 교수, 김종석 홍익대 교수 등이 학회의 고문,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효종 교수는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위원을 맡았던 인사고, 이인호 교수는 정몽준 의원이 만든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국가 안보 차원으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학회 교과서위원장인 이명희 교수는 "친일파 청산 관련 내용은 교과서에서 다뤄도 되고 다루지 않아도 된다"고 발언한 전력이 있다.

이 학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지난 2004년 9월 <100분 토론>에 출연해 "정신대는 일제가 강제 동원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업적 매춘이자 공창제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영훈 교수가 주도해 발간한 <경기도 현대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축소 기술해 5.18 관련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한국현대사학회, 정치적 힘 빌려서 교과서 문제 해결하려 해"

이와 관련해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의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학술적인 부분에서 풀어야 할 교과서 논의를, 정치적 힘을 빌려서 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학회가 처음 만들어지자마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자는 주장을 했는데 당시 교육부가 이 학회 얘기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흘러가더라"며 "새누리당 유력 국회의원의 싱크탱크가 교과서 논의에 참여하는데 이번에도 정치적 힘을 빌려서 하게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들 학자들이 '그간 교과서들이 민중사관에 치우치는 등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이들 학자들이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박정희 정권의 경제 개발 논의 등은 지나치게 전체적인 측면에서만 거론된다"고 지적하며 "그런 쪽으로 역사가 기술되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테면 이승만·박정희 정부 시절 나라 전체로 보면 발전을 했지만 그 당시 살아간 사람들이 다 똑같이 그런 발전을 느낀 것은 아니다"라며 "(이 학회의 역사관처럼) 전체적인 부분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교과서가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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