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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속 박근혜 5.18 기념식 참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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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속 박근혜 5.18 기념식 참석할까?

박근혜정부는 5.18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국가보훈처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수상하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5.18의 도시'인 광주광역시를 찾아서 한 발언이다. 30여년 동안 기념식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던 전례를 깨고, 합창단이 합창만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축소시켜 논란이 됐던 지난해의 진행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제하고 새로운 '5.18기념곡'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국가행사의 다른 기념곡들과는 달리 '임을 위한 행진곡'의 사용에 있어서는 많은 이견이 있다"며 "모든 측면을 전체적으로 검토해 (기념곡을) 결정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가보훈처는 5.18기념곡 제작 명목으로 4800만 원의 예산을 받아 놓은 상황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산화한 고(故) 윤상원 열사와 1979년 노동현장에서 숨진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였다.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토대로 소설가 황석영 씨가 각색한 노랫말에 전남대생이었던 김종률 씨가 곡을 붙였다. 곡이 만들어진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을 상징하는 노래로 각종 기념식 등에서 불려졌다.

논란이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지방보훈청은 지난 3일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가 주관한 공모전의 수상작 일부 교체를 요청했던 사실이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 서울보훈청은 공모전 수상 시에 사용된 표현 중 '피 냄새', '총성'이라는 단어를, 수상 그림에서 표현된 군인의 총에 맞아 피흘리는 시민의 모습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5.18 관련 유족, 시민단체 등은 "보훈처가 5.18지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뉴시스

유독 '전두환 관련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린 '육사 출신' 박승춘 처장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회원수 1만 8475명의 '전두환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안보 강연'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2011년 3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기 2년 여 전인 2009년 7월 14일 강연이다. 이 강연에서 박 처장이 젊은층의 '안보 의식'이 낮다는 것을 지적하며 "누가 우리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청중들에게 묻자 청중들은 "노무현 김대중이, 나쁜 빨갱이"라는 말을 돌려준다.

박 처장은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전국을 돌면서 노무현, 김대중 정부를 비난하는 강연을 수십차례 했던 인물이다. 2005년에는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육사 27기 출신으로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과 관련해 당시 북측과의 교신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기무사 조사를 받던 도중, 군복을 벗었다. 2011년 3월 국가보훈처장에 발탁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이례적으로 유임이 됐다.

5.18 민주화운동의 '원인'을 제공했던 12.12쿠데타, 그 주역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해 박승춘 처장은 이런 저런 일로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상당한 인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 씨의 국립현충원 안장 심의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5월 25일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안현태 씨 국립묘지 안정을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지난 2011년 8월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의' 위원인 국가보훈처 A국장에게 박 처장이 "(안현태) 고인은 안장하는 데 큰 무리는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명백히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현태 씨는 5공 실세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사다.

보훈처 소관 골프장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황제 골프'를 즐긴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6월 12일 전 전 대통령이 국가보훈처 산하 '88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 하루종일 골프를 쳤고 귀빈실에서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29만원 밖에 없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디에서 돈이 나서 어떻게 골프를 즐겼는지, 대한민국의 사법당국과 세무당국은 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특히 88컨트리클럽 골프장을 운영하는 88관광개발공사 김용기 사장이 육사 30기 출신 하나회 멤버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에게 지난 2011년 6월 임명장을 준 사람이 박승춘 처장이다. 강 의원은 "국가보훈처는 5공세력에게 골프장 사장 자리를 줬고, 국가유공자를 위해 건설한 골프장에서 내란 수괴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여가 생활을 지원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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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해 잦은 구설수에 올랐던 박 처장의 '문제의 발언'이 알려지자, 광주 시민 사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끓고 있다.

5일 광주시청에서는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해 광주 지역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5·18관련 단체 대표 등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였다. 강운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33년 전부터 불러 온 '5월의 노래'로 상징성을 갖고 있으므로 경건한 마음으로 제창돼야 한다"며 "기념식 공식 식순에 포함돼야 하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공식 노래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 기념곡 지정 추진 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정부와 정치권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박승춘 처장이 지역 사회와 5.18단체의 이같은 주장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처장을 유임시켰던 박근혜 대통령의 5.18기념식 참석 여부도 관심사다. 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5.18기념식에 참석한 후 4년 간 한 번도 기념식을 찾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기념식에서는 '대통령 기념사'를 총리가 대독하던 것마저 없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5.18 민주공원을 비밀리에 참배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 박 대통령의 5.18기념식 참석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청와대에 대통령의 5.18기념식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달 3일 열렸던 '제주4.3사건 위령제'에 불참했던 박 대통령의 5월 18일 일정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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