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을 배제한 채, 한국당과 새해 예산안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합의하자는 야3당은 "거대 양당의 짬짬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 낮 12시까지도 야3당이 예산안과 선거법을 연계시키겠다면 저희는 한국당과만이라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작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예산안과 선거법을 연계시키는 일은 결코 없다"며 "사안이 다르니 야3당은 잘못된 주장을 접고 선거법은 선거법대로 논의하고, 예산안을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도 야3당과 함께하면 예산심사에 의미가 없어 중단하려 했다"며 "우리는 (야3당과 예산심사를) 못하겠으니, 한국당도 어떻게 할지 선택해달라고 말했고 한국당이 검토하겠다고 해서 지금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간 선거제도에 대한 협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저는 선거법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며 "예산만 해도 얘기할 게 많아서 우리는 원내대표 간 예산안 협상에서 (선거법 협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관영 미래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홍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실로 가던 도중 로텐더 홀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마주쳤다. 홍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를 향해 "어제와 똑같은 입장이죠? 바뀐 게 없죠?"라며 "우린 (합의 시한) 12시까지입니다"라고 말하며 운영위원장실로 향했다.
홍 원내대표의 이 같은 압박은 정기국회가 실질적으로 끝나는 7일까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끝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현재 예산안에 대해선 여야 간 상당부분 합의를 이뤄낸 만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를 주장하는 야3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이들을 배제하고 자유한국당과 예산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3당은 예산안 합의문과 함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한 부속합의 형태의 합의문을 작성하자는 주장이다. 예산안을 처리하고 나면 선거제도 개편에 미온적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관련 논의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소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에 대한 여야 합의를 공식화하자는 뜻이다.
이에 따라 야3당은 선거제도 개편 요구에 대해 민주당이 예산안 연계 프레임을 씌우는 자체가 개혁 의지를 숨기기 위한 책략으로 본다. 여기에 홍 원내대표가 야3당을 배제한 채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자 야3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농성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연대", "밀실 예산 야합"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민주당이 적폐연대의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신념인 선거제도 개혁과 철학을 내팽개치고 한국당과 밀실 예산 야합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여실히 거대 양당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야3당의 요구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없다. 국민이 20대 국회에 준 사명을 반드시 지키라고 하는 몸부림이라고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오늘이라도 하루속히 최종적 결단이 나올 수 있도록 두 거대 양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피하기 위해 한국당과 짬짬이 하는 전술"이라며 "이건 저희를 겁박하고, 국민을 겁박하는 행위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미래당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선거제도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안 상정과 의사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되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 처리시한은) 마냥 늘어질 순 없으니 12월 말이 됐든 1월 말이 됐든 협상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