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를 두고 한 말 같지만, 20년 전, 1998년에 한 인터뷰다. IMF, 즉 외환위기는 다른 모든 재난과 위기들이 그렇듯, 가장 낮은 곳부터 후려쳤다.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이들 중 일부는 식당, 여관, 찜질방 등 노동과 숙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1998년 4월 서울역 부근 500명으로 추정된 홈리스는 같은해 12월 3300명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홈리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 정책과 주거 정책의 실패임과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 부재의 적나라한 결과다.ᅠ
고시원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건 1990년대 초로 추정된다. 1991년 3월 13일에 발간된 <경인일보> 기사에 따르면 "수정구 태평2동 K고시원 독서실의 경우 30여 개의 밀폐 칸막이를 설치하고 1인당 1개의 방을 쓸 수 있도록 불법 개조해 놓은 상태이다. 또 중원구 성남동 S독서실은 10여 명이 한꺼번에 잠을 잘 수 있는 계단 침대도 마련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중략) 특히 독서실이면서 법에도 없는 고시원이라는 상호를 걸고 1개월에 8만 원씩의 입실료를 받는가 하면 식사를 제공할 경우 13만여 원씩 받고 있기도 하다." 독서실이었던 고시원에 숙식을 제공하면서 고시 준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노태우 정권이 주택 200만 호 건설을 사실상 완료했던 1991년, 그 200만 호에 들어갈 수 없고, 원래 살던 집마저 나온 사람들이 점차 흘러들어 간 곳 중 하나가 고시원이다.
이명박 정부, 고시원도ᅠ'집'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하다
2004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불법 고시원 관리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 해 1월, 수원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관리 대책은 현행 고시원 중 숙박시설과 독서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숙박시설로 전환하면 숙박 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독서실은 침대를 빼야 했다. 고시원 업주들은 숙박시설로 바꾸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침대를 없애면 입주자들이 없어 망할 것이라며 울상이었다. 당시 대책은 고시원을 그대로 '비주택'으로 분류하고 신규 고시원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비주택'이어서 최소한의 주거 기준을 충족하면 안 되었던 고시원, 그래서 주방도 독립된 화장실도 없어야만 온전히 법을 준수하는 고시원이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발상을 달리했다. '주택에 준하는 시설'이라는 뜻의 '준주택'을 주택법에 신설했다. 건국 이래 계속해서 불법이던 고시원이 이제 주택 제도의 한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고시원은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 내의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됐다. 다중이용업은 다수가 이용해 화재, 재난 발생 시 큰 피해의 우려가 높은 업종의 시설이다. 고시원업은 "구획된 실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영업"으로 정의된다. 이로써 고시원은 주택법에서의 준주택, 건축법에서 다중생활시설이자 다중이용업소로서 일반 건물과 주택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안전, 피난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ᅠ
변경된 기준은 새롭게 공급되는 고시원에만 적용되었고, 고시원업주들은 개업시 안전 설비 설치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자 '럭셔리 고시원'등 과 같은 이름으로 더 비싸게 받았다. 기존에 있던 고시원은 해당 사항이 아니었기에 이전과 똑같이 운영되면서 점점 낡아져가 고시원 내에서도 위계가 생겼다. 또, 고시원업주들은 강화된 안전기준을 피하기 위해 기존 고시원을 인수한 뒤 불법으로 증, 개축했다. 다른 꼼수도 있었다. 독서실, 학원 등으로 건축 허가를 받은 뒤, 허가 이후 최종적으로 화장실, 부엌을 추가 설치하는 등의 법망을 피해갔다. 불법 건축물에 대한 관리, 감독이 허술해 오래 전부터 고시원업계에서는 만연한 일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의 확대는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낫게 했을까?
주택 여과 현상(filtering process)라는 말이 있다. 소득이 높은 계층이 다른 주택으로 이사하면, 그들이 원래 사용하던 주택이 공실이 되고, 그 공실에 비교적 소득이 낮은 계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해당 주택에 입주하여 능동적인 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고가의 주택이 공급되면, 높은 소득 계층이 살게 되고, 따라서 소득이 낮은 계층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택으로 이동을 하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주택의 양과 질이 동시에 향상된다는, 주택 영역에 있어 공적 개입의 최소화를 지지하는 시장논리의 큰 축이다.ᅠ
이명박 정부도 이런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당시 준주택과 나란히 주택법에 이름을 올린 것이 있었는데 바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1, 2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살 수 있는 소형 주택을 도심에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며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ᅠ3년 전, 의정부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불이나 128명이 죽거나 다쳤다. 화재는 순식간에 확산됐지만, 진화는 쉽지 않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과 도로 사이의 간격을 대폭 줄여주는 바람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ᅠ
주택 여과 현상 논리에 따르면,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으로 인해 고시원의 절대적인 수는 줄지만 전체 주택 수가 늘거나, 고시원의 질적 수준이 좋아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바람대로 흐르지 않았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고 건축 규제가 완화된 덕분에 고시원을 더 크게, 빠르게 고시원을 짓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대형화된 고시원이 많아졌다. 규제와 단속의 대상이었던 고시원이 지원의 대상으로 탈바꿈 된 결과, 2009년 약 6600개였던 고시원은 2016년 기준 1만1800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의 절반인 5862개가 서울에 밀집해 있다.
넘쳐나는 변종 고시원, 행정기관의 무책임과 무능은 멈춰야 한다
지난 9일 7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11명을 다치게 한 화재가 난 고시원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자.ᅠ'호텔식 원룸', '호텔, 원룸, 고시원', 이 어울리지 않는 세 개의 주거, 숙박 시설이 주는 괴기스러움이 마치 고시원이라는 독특한 거처를 굳어지게 한 우리 사회와 똑 닮았다.
종로구청은 해당 고시원은 건축물대장상 '기타 사무소'로 등록되어 있어, 올해 실시한 행정안전부의 국가안전 대진단 점검 대상에서 누락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건물은 1983년에 지어져서 추후 용도 변경으로 고시원업을 했을지라도 불법 운영은 아니라고 했다. 요약하면 '우린 몰랐고, 고시원 영업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종로구청은 해당 고시원의 존재를 정말로 몰랐을까. 그리고 몰라도 되는 것일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 지도는 10년 전까지의 로드뷰를 제공한다. 직접 확인해 본 결과 2008년도에도 해당 고시원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청은 10년 동안 영업한 고시원이 불법 건축물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도시의 안전과 직결되는 건물의 불법, 위반 여부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둘째, 수많은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듯이 고시원 거주자 중 일부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인적 사항과 주거 정보는 관할 동 주민센터와 구청이 갖고 있다. 수급자에게 안내하는 우편물, 배송하는 물품 등의 주소에는 무엇이라고 적혀 있었을까. 구청의 건축 관련 부서와 복지 관련 부서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만 했다면, 해당 건물이 고시원으로 영업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종로소방서는 해당 고시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서울시가 각 자치구 소방서를 통해 수합한 고시원 현황 목록에는 해당 고시원의 정확한 이름과 주소가 입력되어있다. 종로소방서의 안전 관리 지도 안에 해당 고시원이 있었던 것이다.ᅠ특히 올해 전국적인 '국가안전 대진단'을 앞두고 각자 보유한 건물 정보를 상호 교차해 누락된 시설임을 확인했다면, 안전 점검을 실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로구청이 스스로 배포한 저 보도자료는 무책임과 무능함의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관리 주체가 모호한 고시원의 특성은 분명 있다. 즉 안전 관리는 소방서가, 사업자 등록 등 영업 관련은 세무서가, 그 외 건축 허가 등 관련 업무는 구청이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칸막이식 행정과 관성적인 업무를 극복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 간 협치를 발휘해야 한다.
더 이상 새로운 고시원은 없애는 것,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이번 화재 발생 후, 국무회의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가 특별 안전 점검과 대대적인 안전 시설과 설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을 보니 방향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2009년 '준주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제대로 된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고시원을, 하나의 주거 형태로 인정하고, 고시원 건립시 융자 지원 상품을 만들었던 일련의 조치들은 무엇을 위한 양성화였는지 스스로 평가해보기를 권한다. 양성화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고시원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강화한 안전 기준은 편법, 불법으로 모두 빠져가거나 세입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고, 고시원의 질적 수준 향상은커녕 고시원 거주자가 더 늘어난 지난 10년을 통렬히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명백한 정부의 책임이자 정책 실패다.
이제 문제 진단, 원인 탐구, 해결 원칙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한 실태 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고시원 정보 통합 시스템을 앞으로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의 협력과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들은 불법 건축물의 규제와 처벌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고시원 화재 참사로 많은 정당들과 국회에서 이미 정부에 대책을 주문하고 있는 바, 이전보다 진일보한 불법 건축물 관리, 감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고시원의 불법, 편법을 용인하지 말자. 문제 해결 원칙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할 권리"인 '주거권'을 명시한 주거기본법에 있다. 건축 허가권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부터 앞으로는 고시원 건축 허가를 내지 말자. 더 이상의 고시원은 없어야 한다. 혹자는 고시원 공급이 줄어들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내쫓길 거라며 고시원의 공급을 인정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 주장은 국가가 열악하고 안전에 취약한 주거환경 공급을 용인함으로써, 시민의 주거권을 계속해서 제한해도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집도 아닌 집'을 계속해서 만들어 낼 것인가.
그리고ᅠ'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이라는 말처럼 단위면적당 임대료가 최고급 대형 주택보다 비싼 고시원의 불공정을 개선하자. 우리에게 필요한 주택 공급은 저렴한 수준의 질 좋은 주택이다. 이제는 더 아래로, 더 튼튼하게 안전망으로서의 집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 예산도 많이 들 것이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 것이다. 그 사이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거처를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무이자 보증금을 기본으로 공공 임대주택 제공, 또는 저렴한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적극적인 중개와 입주 지원, 도심 내 노후 모텔, 여관 등 고시원에 비해 빠르게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시설부터 정비하고 주택으로 전환시키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 지역 내의 공인중개사들과 노후 모텔, 여관 소유주 등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전제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 차근차근 진행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가장 없는 자를 초대하는 정치
지방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지역 구의원, 시의원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 지역에 왜 '좋은 집'들이 많아야 하는지, 부자건, 가난하건 왜 함께 살았을 때 우리 지역이 더 발전하고 안전할 수 있는지를 주민들에게 자신있게 말해야 한다. 고시원이 없는 지역일수록 당연히 화재 발생률이 적어진다. 저명한 도시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미국 대도시들의 쇠퇴 요인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몰아낸 폭력적인 도시개발을 지적한다. 그는 지역 발전의 3요소로 기술, 인재, 관용을 제시한다. 고르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도시에는 젠더, 인종, 연령 등이 다양하게 어울려 살 수 있는 똘레랑스(tolerance)가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도시의 활력을 촉진시켜 더 좋은 기술개발과 인재를 끌어당긴다.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다. 공공 임대주택 건립을 한사코 반대하는 논리의 기저에는 빈곤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 편견에 편승하여 공공 임대주택,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다. 가장 작은 목소리의 사람들을 더 찾아가고 지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는 복지정책 '수혜자'가 '시민'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정책에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이 공무원을 매개로 행정과 관계를 맺으면, 주민센터, 구청에 호의를 갖게 된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그들은 이제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 사람들이 얽히고 섥히고,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의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되면 막연한 편견이 해소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지역을 가장 잘 아는 구의원, 시의원들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주민을 엮고, 묶어낼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가졌고, 지역사회의 힘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공공 임대주택 건립, 고시원 폐지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시원 등을 비롯한 열악한 주거 환경을 방치해놓고, 화재가 나면 안전 대책 강화 등을 호통치며 주문하는 지금의 태도야말로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격이다. 가난을 장려하고, 차별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면,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은 고시원 폐지라는 목표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고시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참사에 사망자는 3층과 옥탑에서 살던 7명, 40대에서 60대의 일용직 노동자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안에 53세의 일본인이 한 명과 35세의 조 씨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해당 고시원은 3층이 남성, 2층이 여성층이라는 것도 말이다. 고시원과 같이 '집이 아닌 집'이 많아진 것처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구성도 다양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시원의 모습은 단 하나의 조각일뿐, 그 전부가 아니다.
'고시텔'이라는 사진집을 낸 심규동 작가는 뉴디미어 매체 닷페이스 인터뷰(☞바로 가기 : 고시원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삽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사는 불쌍한 사람들'로 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 오이 마사지도 하고 춤추고." 그의 사진집은 그동안 미디어가 구현한 고시원이야말로 빈곤한 상상력의 결과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실히 일하는 청년'이거나, "입을 꾹 다문채 가족을 그리워하는 중년 남성"으로 그려지기만 한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라는 안도감,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라는 연민, '어떻게 사람이 저런 곳에 살아?'라는 충격과 의문이 섞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은 오히려 실재하는 삶을 삭제한다. 고시원을 특수한 공간으로, 사는 사람들을 예외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나 스스로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동료 시민이 아닌 방관자로 남게 한다. 이렇게 고시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저 멀리 '빈곤의 평면도'로 구축된다. 그래서 그 편견을 깨버리는 심규동 작가의 작품과 작품 속 주인공들이 반갑고 고맙다.
그래서 나도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을 불러본다. 종로 청계천변 앞 고시원에 살다가 떠난 35세의 조 씨, 62세 이 씨, 72세 장 씨, 57세 양 씨, 55세 김 씨, 78세 조 씨, 그리고 일본에서 온 53세의 시민, 이들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사는 게 부끄럽다.
(임경지 필자는 이웃기웃 청년 주거협동조합 전 이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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