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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1호선 고장, '무인화 맹점' 여실히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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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1호선 고장, '무인화 맹점' 여실히 드러나

[현장] 당황한 승객들 "역무원 어디 갔나"…역무원은 단 두 명뿐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1호선(코레일 수도권 광역 전철 경부선)이 출근길에 고장 났다.

고장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객들은 우왕좌왕했지만 승강장에 내려와 보는 역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독산역에서는 역장과 역무원, 두 명만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와중에 좁은 에스컬레이터에 수백 명이 몰리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인화 시스템'의 맹점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지하철이 고장 난 것은 2일 오전 8시 20분 무렵.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멈춰선 지하철 때문에 열차가 지연됐다. 기자는 이날 오전 9시 10분 무렵 독산역에 있었다. 이때 독산역 승강장에서는 상하행선을 합쳐 약 150명의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가산디지털역에서 열차가 고장 났습니다. 서울 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이 역(독산역)에 서지 않습니다. 서울 방면으로 가는 승객은 (하행선) 금천구청역으로 가서 열차를 탑승하십시오. 금천구청역에서 서울 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독산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을 통과하고 구로에서 정차하게 됩니다."

▲ 코레일의 수도권 광역 전철 ⓒ연합뉴스

승객들은 무전기를 통해 나오는 '지글지글' 소리가 섞인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방송이 끝날 무렵 상행선 방향 승강장에 있던 승객 100여 명이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금천구청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대편 승강장에서 서울 반대 방향으로 한 정거장을 가야 한다.

반대편 승강장에 도착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서동탄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와 독산역을 그냥 통과해버렸다. 승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상행선 승강장에서도 열차 한 대가 독산역을 통과해 지나갔다. 금천구청으로 가는 열차는 이 역에 서지 않았다. 전광판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이미 무용지물이었다.

똑같은 안내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9시 30분 무렵 상행선 승강장에 청량리행 열차가 멈춰섰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지하철 고장이 수습된 것이다. 코레일의 트위터 공식 계정에는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전동 열차 고장은 오전 9시 29분에 조치 완료되어 운행 재개했다.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당황한 승객들은 "(상행선) 승강장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으면 탈 수 있던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내며 청량리행 열차를 타기 위해 다시 반대편 승강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좁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가 붐비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지각한 몇몇 승객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 내려가다 넘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역무원은 단 한 번도 승강장에 내려오지 않았다. 승강장에 내려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동하는 승객들의 안전을 살펴야 할 역무원은 독산역 고객 센터 앞에서 항의하는 승객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역장은 당황해하며 상황 설명을 했다. "승강장에 내려와 정보를 전달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무원이 왜 한 명도 없느냐"고 항의하자 역장은 "저희 역에 근무하는 역무원이 저를 포함해 두 명입니다"라고 말했다.

"환불을 요구하는 승객들의 민원을 받고 계단을 내려갈 수 없는 장애인을 안내해주고 방송까지 해야 합니다. 제 몸이 여러 개가 아니지 않습니까. 승강장에 내려가 보지 않은 것은 죄송하지만,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역무원을 많이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수천 명이 이용하는 역에서 언제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역무원이 두 명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인원이 부족해 역무원을 많이 둘 수 없다. 그 점이 문제라는 점은 인정한다"며 "상황을 파악해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선 계속 현장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표를 발급하는 일을 자동화 시스템이 대신한 지는 오래됐다. 문제가 생기면 역장이 직접 나서서 표 환불 업무까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지하철역의 인력이 매표 시스템 무인화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돌발 상황이 생기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포장되고 있는 무인화 시스템의 '맹점'이 출근길 지하철 사고로 여지없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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