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막걸리, '서민주'에서 '웰빙주'로 거듭 나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막걸리, '서민주'에서 '웰빙주'로 거듭 나려면…

[막걸리 열풍과 남겨진 과제①] "고급화ㆍ차별화 돼야…품질인증 등 필요"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6일 '2009년 10大 히트상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김연아·선덕여왕·스마트폰 등 '쟁쟁한 상품'이 등장한 한해였지만 1위를 차지한 것은 수십 년 전부터 '서민주'로 남아왔던 막걸리였다.

막걸리는 경기 불황 속에서 '웰빙'을 찾는 소비자들에 의해 재조명 받으며 부활을 알렸다. 국내에 앞서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며 '먹을거리 한류'의 바람을 몰고 오기도 했다. 유행이 지나가기 전에 육성책을 마련해 막걸리 '붐'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이 2회에 걸쳐 막걸리 열풍과 남겨진 과제를 집어보았다. 편집자.

올해 막걸리 소비량 38.4%↑…수출 규모 500만 달러 육박

막걸리 부활의 저변에는 술을 찾는 이들의 달라진 인식이 있었다. 와인 열풍이 불면서 주류의 효능을 따지는 웰빙 바람이 불자 주목받지 못했던 막걸리의 장점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필수 아미노산과 식이섬유, 유산균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미용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닥친 경제위기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렴한 술을 찾게 된 것도 막걸리 열풍에 일조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막걸리는 국내에서만 15만8309㎘가 팔렸다. 1년 전보다 38.4%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에 '웰빙주'의 선봉에 섰던 와인 수입량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어 1년 전보다 35% 감소한 9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대로 막걸리 수출은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막걸리에 주목한 일본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막걸리 수출액은 425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0.3% 늘어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3년 123만 달러에 그쳤던 막걸리 수출 규모는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올해 말에는 496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웰빙' 바람과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저가의 서민주였던 막걸리가 재조명받고 있다. ⓒ프레시안

상위 8개 업체가 전체 48% 생산…전체 가동률 53.7% 불과

막걸리는 1960년대만 해도 술 소비량의 50%를 넘게 차지하던 대표적인 서민주였다. 당시 쌀 부족을 우려한 정부는 1965년 막걸리에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잡곡이나 밀가루를 원료로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입곡식 막걸리가 등장했다. 시큼한 맛이 나고 숙취가 심한 입곡식 막걸리는 이후 값싸고 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점점 외면당했다.

최근 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막걸리 제조사들은 국내산 햅쌀을 이용한 '막걸리 누보' 등을 출시하면서 막걸리의 고급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상품 개발은 일부 업체만 가능할 뿐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지역에 소량의 상품만을 유통시키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다.

농산물유통공사가 지난 11월 국내의 막걸리 제조업체 778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은 553곳이었다. 서울에 있는 7개 업체가 연간 7만6001㎘를 생산하는 반면 경상남도는 91개 업체가 1만1939㎘를 생산하고 있었다. 업체당 평균 생산량으로 계산하면 서울이 1만㎘인 반면 경남은 131㎘에 불과한 셈이다. 경남뿐 아니라 충북·전북·전남 등 대부분의 지방에 몰린 영세 업체의 평균 생산량은 20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 생산량 상위 8개 기업이 전체 생산량의 48%를, 상위 20개 기업이 67%를 차지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체 업체의 가동률은 평균 53.7%에 그쳤고 30㎘미만 생산업체 200여 곳의 가동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저가 이미지'·수입 쌀 비중 높아…풀어야할 숙제

'싸구려 술'이라는 세간의 인식 역시 막걸리가 풀어야할 숙제다. 막걸리는 보통 750㎖ 한 병에 1000원에 거래되고 있어 소주나 맥주보다 싼 편이다. 하지만 소주나 맥주의 제조원가가 400~500원인 반면 막걸리는 750~800원에 달한다. 원가가 더 높은 데도 소매가가 싼 이유는 소주·맥주에 붙은 주세가 72%인 반면 막걸리는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낮은 주세로 인한 '저가 이미지'가 강한 탓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해 이윤을 남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배송자 신라대 막걸리세계화연구소장은 "막걸리 용기가 플라스틱인 이유는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용기나 뚜껑까지 포함한 종가세로 산정하기 때문"이라며 "영세업체들이 포장이나 관리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용량만을 따지는 종량세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막걸리가 쌀을 주원료로 하고 있어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국내 쌀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도 사실과 다르다. 국내산 쌀과 수입쌀 가격이 3배 이상 벌어진 탓에 막걸리 원료에서 국산 쌀 비중은 13.6%에 불과하며 수입밀이 58.4%, 수입쌀이 23.8%를 차지하고 있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막걸리는 가격에 1000원 대에 엇비슷하게 형성되어 있어 다양성이 떨어진다"며 "당장의 매출 증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형태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고급화·차별화 된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