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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3억 원' 수사…'MB 주변 비자금 저수지'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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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3억 원' 수사…'MB 주변 비자금 저수지' 겨냥?

[분석] 검찰 '라응찬-이상득' 수사 착수 둘러싼 3가지 관전 포인트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전 회장이 이명박정부 '핵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경제개혁연대가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김한수 부장)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일 "(신한은행 사태) 1심 판결문과 언론보도를 보면 신한 사태의 핵심 사안인 '남산 3억 원'은 라 전 회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고발했다.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전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이후,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사이에 얽힌 고소 고발 사건을 다뤘던 곳이다. 지난 2010년 12월 29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2년 만에 같은 부서가 '신한 사태' 재수사에 나서게 된 셈이다. 하지만 금조3부에는 지난해 7월 김한수 부장검사가 임명돼, 이번 사건 재조사를 담당하는 팀은 사실상 '새 수사팀'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번 사건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 피고발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다. 둘째, 정권 교체기임과 동시에 검찰수뇌부 교체 기간에 배당됐다. 셋째, 신상훈 전 사장이 '남산 3억 원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라응찬 전 회장 ⓒ연합뉴스

친박계 의원 폭로로 시작된 'MB정부-라응찬 커넥션 의혹'

'신한 사태'는 지난 2010년 친박계인 주성영 전 의원의 '폭로'로 시작됐다. 라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국회 법사위 등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주 전 의원은 당시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과거 김대중 비자금을 추적할 당시 라응찬 회장의 이름이 나오더니 노무현 비자금을 추적할 때 또다시 등장하더라.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 연루된 사람이 이명박 정부 들어 또다시 연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끝까지 라응찬 회장에 대한 실명제 조사를 물고 늘어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라 전 회장은 TK 인사로,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이 '멤버'였던 '상촌회(상주촌놈회)' 회장이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친분이 돈독하기로도 유명했다. 이 때문에 라 전 회장은 MB정부 실세에게 "정치자금을 댔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와중 '신한 사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모 씨가 "2008년 2월 이백순 행장이 라응찬 회장 지시라며 외부인사에게 전달할 현금 3억 원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 행장 지시대로 현금을 마련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행장 차의 트렁크에 실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지만 검찰은 현금을 담은 가방의 구매 영수증까지 확보해놓고 '현금 3억 원의 종착지'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라 전 회장은 그해 12월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이 기소될 때,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전 행장의 비서실 직원 송 모 씨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전달한 3억 원이 이상득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돈을 전달한 때가 이 대통령 취임식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당시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검찰이 여전히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이상득 전 의원 ⓒ연합뉴스

입 열기 시작한 신상훈 MB 주변 '비자금 저수지' 실마리 될까?

이제와서 '남산 3억 원 의혹'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검찰 수뇌부가 '권력 교체기'에 놓여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7일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로 작년 11월 말 이후 공석 중인 검찰총장 후보로 김진태 대검차장과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등 3명을 권재진 법무장관에게 추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결정에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 후보자 모두 이명박 정부의 소위 '잘 나갔던' T·K·K(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이 아니다. 세 후보자 모두 이명박 정부 내에 이뤄졌던 민감한 '정치 수사'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도 특이 사안이다. 검찰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남산 3억 원 사건'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상훈 전 사장이 적극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신 전 사장은 지난달 16일 신한은행이 고소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후 <한국일보> 인터뷰를 통해 '라응찬-이상득' 커넥션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신 전 사장은 신한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신한은행) 내부 알력다툼이 아니라, 라 전 회장이 조직 사유화를 위해 벌인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한 뒤 '남산 3억 원 의혹'에 대해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돈은 있는데 정작 간 곳은 수사기관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남산 3억 원'을 비롯해 라 전 회장과 MB정부 실세 간의 유착관계를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은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3억 원을 조성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내 계좌를 이용했지만 당시 내 계좌는 돈을 조성한 박 모 비서실장이 관리해 전혀 몰랐다. 한달 후쯤 박 실장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지만 더 묻지도, 알려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이 돈을 횡령한 것처럼 꾸며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은 이어 "3억 원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라 전 회장이 이런 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MB정권 실세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이 전 의원이 아니라면 다른 이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남산 3억 원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의 '정치자금 저수지'의 존재와 관련해서는 그간 말만 무성한 상황이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 등 주변 측근들의 정치자금 관련 일부 증언들이 간간히 나돌았지만 한 번도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러나 검찰의 '남산 3억 원 사건' 수사 착수의 배경은 범상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이 '전 정권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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