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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5.16 직후 영장 없는 구속, 위헌" 전원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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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5.16 직후 영장 없는 구속, 위헌" 전원일치

김지하·장준하 사건 등 '박정희 시대' 과거사 재심 결과 주목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켰던 5.16쿠데타 직후 계엄 상황에서 영장 없이 구속하도록 한 법률 조항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대선 이후 이뤄진 사법부의 '박정희 시대' 과거사 관련 첫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중앙지법이 위헌 법률 심판 제청한 '구(舊) 인신구속 등에 관한 임시 특례법 2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 12월 27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이 법은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7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오른 후 만들어졌다가, 1963년 9월 30일에 폐지됐다. 시행 기간은 2년 4개월이 넘는다(1961년 8월 7일부터 계엄이 해제된 이후인 1963년 12월 17일까지).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부정축재처리법 등에 해당되는 죄를 범한 자에 대해 영장 없이 구속, 압수,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간첩'으로 몰아 인신 구속을 하는 데 이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헌법재판소 ⓒ뉴시스

헌재는 이번 결정문을 통해 "(우리 헌법이) 채택하여 온 영장주의의 본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인적·물적 독립을 보장받는 제3자인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데에 있다"며, 문제의 조항에 대해 "수사 기관이 법관에 의한 구체적 판단을 전혀 거치지 않고서도 임의로 불특정한 기간 동안 피의자에 대한 구속 등 강제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바, 이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입법 목적과 그에 따른 입법자의 정책적 선택이 자의적이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형식적으로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특별한 조치는 비상계엄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도 가급적 회피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 사건 법률 조항은 무려 2년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시행되었는 바, 비록 일부 범죄에 국한되는 것이라도 이러한 장기간 동안 영장주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입법상 조치가 허용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며 1960년 제정된 제2공화국 헌법상으로나, 현행 헌법상으로나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계엄 선포가 적법했는지에 대해 헌재는 "그때 국내외 정세를 현 상황에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고 따라서 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와 권한에 근거한 것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 2010년 12월 문제의 조항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1961년 11월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수사를 받다가 사망한 고 위청룡 법무부 검찰국장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당시 위 씨를 구속했던 조항의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청룡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위 씨에 대해 피해 보상 및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위 씨 유족은 2010년 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김지하·장준하 사건 등 '박정희 시대' 과거사 재심 결과 주목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은 '박근혜 시대'를 맞은 현재 여러 의미를 갖는다. 대선 이후 이뤄진 사법부의 '박정희 시대' 과거사 관련 첫 결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은 '박정희 시대'의 공안 관련 과거사 사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거나 재심을 진행하고 있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박형규 목사의 경우 지난해 9월 무죄 선고가 내려졌고, 역시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후 의문사를 당한 고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 판결이 진행 중이다. 이달 안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민청학련 배후조종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지하 시인도 오는 4일 재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 굵직한 판결들 외에도 '박정희 시대' 피해자들에 대한 새 정부의 태도도 주목된다. 5.16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으로 규정했다가 지난 대선 기간에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과거사 정리' 의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8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칼럼을 통해 MBC 김재철 사장의 거취와 관련된 결단을 비롯해, 박정희 정권 시절 강탈당한 정수장학회의 국가 환수 등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주문한 것도 주목된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 당선인의 과거사 정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특히 이런 주장을 내놓은 송 교수를 박 당선인이 기용할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송 교수를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했을 정도로 그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박 당선인은 당시 영입론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자 이를 백지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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