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도시개발의 한 축입니다. 한 지역이 개발되면, 그 지역의 지가 및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이것은 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상식입니다. 따라서 다음의 메커니즘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습니다. ①도시재생 → ②부동산 가격(임대료, 집값) 상승 조장 → ③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쫓김) 심화
도시재생에 명(明)이 있다면, 암(暗)도 있습니다. 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일컫는 '원주민 내쫓김 현상'입니다. 소위 '도시재생 지역'에서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은 이제 뉴스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밀어붙입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단순합니다. 정부는 내쫓기는 자(세입자 등), 특히 주거세입자의 편이 아닙니다. 이는 진실입니다.
주거 세입자는 보통 2년마다 이사합니다. 이사를 해본 사람은 다 압니다. 이사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듭니다. 오죽하면 시중에 "이사 다니기 힘들어서 어떻게든 집을 사야겠다"라는 신세타령이 돌 정도입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주거 세입자의 2년 주기 이사는 비(非)자발적입니다. 즉, "집 주인이 전세 보증금 올려달라고 해서 이사 간다"라는 말에 담긴 진짜 의미는, "집 주인이 전세 보증금 올려달라고 해서 '내쫓긴다'"입니다.
주거 세입자의 2년 주기 이사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거 세입자를 보호해주는 기간을 늘리면 됩니다. 지금은 해당 법률이 주거 세입자를 2년만 보호해줍니다. 그걸 6년 또는 10년으로 바꾸면 됩니다.
첫 번째 주장, 그러니까 '주거 세입자 보호 기간을 6년으로 늘리자'는 주장은 인권 및 주거∙정주권에 기초합니다. 쉬운 말로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인간적으로,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는 한동네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줍시다!"
두 번째 주장, 다시 말해 '주거 세입자 보호 기간을 10년까지 늘리자'는 주장은 상가 세입자가 적용받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의 비교에서 도출된 것입니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 세입자를 10년간 보호해 줍니다. 그리고, 상가 세입자를 주거 세입자보다 특별히 더 보호해 주어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습니다. 요컨대, 상가 세입자를 10년 보호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면, 주거 세입자를 10년 보호해 주는 것 역시 타당합니다.
하지만 정부 견해는 '유보를 가장한 반대'입니다. 정부는 (5년간 약 50조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전국 약 500곳의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최초 선정지역 68곳을 발표하기 하루 전(2017년 12월 13일)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관련 규정의 개정을 "2020년 이후에나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결국 이렇게 풀이됩니다. '2020년 이전에는 관련 규정의 개정을 절대로 검토하지 않겠다'.
이는 바보 같은 입장 표명입니다. 왜냐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2020년 이후에나 검토해야 할 논리적인 이유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해당 사안의 검토를 왜 2020년 이후로 미루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궁금합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주거 세입자가 '①도시재생 → ②부동산 가격 상승 조장 → ③젠트리피케이션 심화'의 흐름으로 도시재생 지역에서 내쫓겼을까요? 누구도 조사한 적 없으니,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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