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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에서 캐나다 쇠고기 민간실사단 교체 압력"

정부, 출국 열흘 전 '친정부 인사' 갑자기 밀어넣기 생떼

정부가 캐나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민간실사단에 친정부 성향의 인사를 억지로 포함시키자 이에 반발한 애초의 실사단 대부분이 캐나다 방문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광우병 전문가인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수의사 연대' 홍하일 위원장, 박상표 정책국장 등으로 구성된 민간실사단은 당초 지난 6일 캐나다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출발 사흘 전, 갑자기 친정부 인사를 끼워넣은 정부측의 조치에 반발해 방문을 포기했다.

이들은 캐나다 현지실사를 통해 지난해 11월 정부실사단의 보고서를 민간의 입장에서 검증할 계획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캐나다 스티븐 하퍼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는 수입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지 하루만에 "정부가 캐나다 쇠고기 수입 재개 수순을 강행해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는 수입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민간 실사단'이 사실상 '정부 실사단'이 된 이유

당초 정부가 준비한 민간실사단에는 광우병 전문가인 우희종 교수, 홍하일 위원장, 박상표 정책국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11월 초에 이같은 계획을 알리며 우 교수에 "실사단 구성, 실사 프로그램 마련 등의 전권을 주겠다"고 제의해왔다. 그러나 출국 일정을 사흘 앞둔 지난달 말에 정부가 강원대 박선일 교수를 갑자기 실사단에 포함시킨 것이 문제가 됐다.

박 교수는 지난해 촛불 정국 때는 청문회 등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했던 대표적인 학자로 활동했다. 그는 광우병 전문가도 아니며 지난해 11월 파견했던 정부실사단에 포함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우 교수는 3일 당국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 실사단으로 다녀온 사람이 민간실사단에 또 포함되면 객관성이 담보되겠느냐"고 따졌고, 당시 박 교수도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실사단에 참여할 준비도 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박 교수를 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결국 우 교수는 박 교수가 포함된 실사단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실사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실사를 준비해 온 인사들의 항의를 뒤로한 채 박 교수와 농식품부 직원 등으로 이뤄진 실사단을 계획대로 6일 출국시켰다. '민간실사단'이 사실상 '정부실사단'이 된 것이다. 이는 "올해 민간 실사단을 보내서 지난해 보냈던 정부 실사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증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기획 의도와 동떨어진 것이다.

외압 의혹도 모락모락…"윗선에서 껄끄러워하더라"

민간실사단에 포함됐다가 우 교수와 함께 빠진 박상표 정책국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우스운 꼴이 됐다"며 "결국 자기가 시험 쳐서 자기가 채점한 게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랑 똑같은 것인데, 작년에 이뤄진 정부 실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사실상 이런 (민간 전문가가 빠진) 상황에서 과연, 지난해 정부의 점검단이 갔다와 작성했던 보고서를 정당화시켜 주는 요식행위 이상의 성과를 낼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쇠고기협상 당시에도 정부 입장을 비판했던 전문가들을 민간실사단 구성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박 국장은 "농식품부에 항의했지만 농림부 당국자로부터 '윗 선에서 우 교수를 포함한 민간 실사단에 포함된 인사를 껄끄러워하는 것 같아 박 교수를 밀어넣었다.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식품부 당국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그 분들이 안 가겠다고 했다. 우리도 그 분들이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배제하지 않았다"고 외압 의혹을 부정했다.

우 교수가 그동안 마련했던 일정이 제대로 소화될지도 의문이다. 우 교수는 당초 캐나다 정부와 캐나다 쇠고기 수입업자의 입장 등을 비롯, 카길 노조, 캐나다 시민단체 등의 면담 일정을 확정했고, 도축장, 사료공장 등을 둘러보는 일정도 마련했다. 박상표 국장은 "이번에 파견된 실사단이 일정을 실제로 잘 지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野 "제 2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우려된다"

정치권에서도 즉각 반응했다. 민주당 최성 정책위부의장은 "두 번이나 현지조사에 참여한 친정부 전문가(박선일 교수)의 캐나다 현지조사 참여는 공정성도 객관성도 결여된 것이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수순 밟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정한 조사단의 파견과 정확한 현지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한-캐나다 양국 정상회담 하루 전에 캐나다 쇠고기의 안전성을 조사하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캐나다 쇠고기 현지조사단과 관련하여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제2의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우려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 대표는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당해 양국간 쇠고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은 전적으로 MB정부의 책임"이라며 "한미 FTA 의 미 의회 비준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약속했듯, 한-캐나다 FTA 추진을 위해 캐나다 쇠고기 수입조건을 양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 국민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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