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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두언 파문, 새누리당은 '네 가지'가 없다

[분석] "박근혜 대선 걸림돌 제거가 쇄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결국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13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한 마당에 원내와 원외를 모두 아우르는 여당의 대표까지 굳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정 경선 후보의 대선" 가도를 위한 과장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정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수습책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주재한 후 국회 정론관에서 "11일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국회의원의 회기 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못 지켰다. 당의 대표로서 이런 다짐과 약속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 앞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황 대표의 사죄 기자회견 직후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정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을 설득해온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황우여 대표의 대국민 사과에 동의할 수 없다"며 "체포 동의안 부결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사안이라면 그것을 주도한 저를 당원권 정지를 시키든 출당을 시키든 하라.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나아가 "특정 대선 경선 후보의 대선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지도부가 말하는) 쇄신이냐"고까지 말했다. 김 의원이 '특정 후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인해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황우여(왼쪽 세번째)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우 대변인, 황영철 대표비서실장, 황우여 당 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뉴시스

김용태 의원의 말대로 이번 사태는 박근혜 위원장의 '1인 지배' 체제인 새누리당의 치부를 낱낱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이른바 '네 가지'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사실상 반대표 던진 최소 63명 의원들의 목소리가 실종됐다

지난 11일 국회는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은 137명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137명에서 찬성 74표를 빼면 최소 절반 가까이가 반대표를 던져놓고 스스로 '자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이날 오전 정 의원이 스스로 책임질 것을 요구한 후, 기권이나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들 목소리는 사라졌다. 최소 63명 중 김용태, 남경필, 윤상현, 조해진, 김태흠 의원 정도만 부결 내지 기권해달라는 소신을 밝혔었다. 이 중 윤상현 의원의 경우 박근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친박이다. 절반 가까이 의견이 '정두언 체포 동의안 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내 지도부 총사퇴도 모자라 당 대표가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나섰다.

둘째, '지령'이나 마찬가지인 박근혜의 화법엔 '명쾌함'이 없다

당 대표 사과와 정 의원 탈당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의 '기폭제'가 됐던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박 전 위원장의 이같은 모호한 화법 때문에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특히 정두언 의원이 평소에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온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법 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됐다 안됐다 이것을 넘어서 평소 신념 답게 앞장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그분이 평소에 강조해온 그런 쇄신 정신하고 맞는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지도부를 바꿘다 뭐를 어떻게 한다 해봤자 절대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 탈당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박 전 위원장은 "지금 탈당이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서 그 어떤 평소에 갖고 있는 신념 자체의 실천으로 자신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겠다 평소 말하던 대로 하겠다하면 방법은 있는 것이고, 정치인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선문답'에 가까운 발언이다.

화법이 모호하니 새누리당 지도부 및 의원들은 일제히 박 전 위원장 발언을 해석하느라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율사 출신 홍일표 원내대변인조차 "정 의원이 책임질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3~4명의 새누리당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후 갑자기 정 의원 탈당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 ⓒ뉴시스

셋째, 원내 전략의 명백한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없다

원내 전략의 명백한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정 의원과 정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을 설득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을 '마녀 사냥' 식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어떻게 보면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당한 것"이라며 "국회의원 개개인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린 결정을 가지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독선적이고 오만한 판단"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론도 정하지 않는 등 원내 전략을 느슨하게 짜 후폭풍을 자초한 책임은 온데 간데 없이 갑자기 이 원내대표가 '피해자'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특히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초반에 세비 반납을 밀어붙이고,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까지 강요하는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일처리 방식과 관련해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넷째, 정두언만 희생양? 다른 '비리 연루자'는 차별하나?

결과적으로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 밀어붙였던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됐다. 윤진식 의원의 경우 전날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는데 탈당 목소리는 커녕,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와 관련 없는 사안이지만, 정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자면 검찰에 의해 기소된 윤 의원이야말로 '출당'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이상득 전 의원 역시 솔로몬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억대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치소에 들어갔지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상 국정 운영의 정점에 있는 새누리당 당원인 이 대통령의 탈당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도 여전히 새누리당의 관심은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지율'에 쏠려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11일 체포 동의안 부결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가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중에 나오면 당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 가지' 없는 집권 여당이 국정 운영은 뒷전이고 특정 경선 후보의 지지율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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