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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근 "김근태의 파킨슨병 쉬쉬한 게 너무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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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재근 "김근태의 파킨슨병 쉬쉬한 게 너무 후회된다"

故 김근태, 고문생존자 모임 '진실의 힘 인권상' 수상

고문과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모임인 '진실의 힘'에서 수여하는 인권상 수상자로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선정됐다. '진실의 힘'은 선정 이유에 대해 "김근태 선생이 1985년 9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3일 동안 8번의 전기고문, 2번의 물고문을 당한 뒤 온 몸이 망가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고문했던 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투쟁을 벌인 점, 그들의 정체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도록 시민의 관심과 힘을 모아낸 점, 한국 독재정권의 실상을 전 세계로 알린 점, 죽음 같은 고문을 겪고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잃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삶은 폭력보다 강하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점, 그리고 어떤 보상이나 사회적 명예가 주어진다 해도 몸과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 마는 고문의 실체를 우리 사회에게 가르쳐 준 점"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제 2회 인권상 수상자이며, 1회 수상자는 서승 리츠메이칸 특임교수다.

시상식은 유엔이 정한 '고문 생존자 지원의 날'인 오는 26일 열리며, 고인을 대신해 아내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수상한다.

인재근 의원은 22일 사전에 공개한 수상 소감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뒤 처음으로 인권상을 받게 된 소회와 앞으로 의정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인 의원은 "인권은 오랜 역사적 투쟁 속에서 발명되고 쟁취된 것이고 매우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권상황은 정치적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며 "지난 5년 이명박 정권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인권상황이 안정되거나 정착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올해 대선에서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2012년 겨울에 인권을 중시하는 정부,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에 단호한 정부, 복지를 통해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정부, 지난 정부들의 반인권적 행태와 잘못들을 반성하고 치유하려고 애쓰는 정부를 세워야 한다"며 "이것이 김근태가 소망했던 2012년이고 진실의힘 인권상을 제가 대신 수상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인 의원은 또 고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며, 개인의 고통으로 치부돼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절절히 밝혔다. 그는 "남편을 보내고 많은 분들이 김근태와 고문, 그리고 이근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보며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을 여러 이유 때문에 쉬쉬했던 점이 특히 후회가 됐다"며 "파킨슨병을 감추게 되자 파킨슨병의 원흉인 고문후유증도 감춰지게 되고 결국 고문을 국가나 사회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고 말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병상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의 한복판에서 눈을 껌벅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남편 김근태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은 고문이 김근태를 너무나 힘들게 했었고 그의 몸과 정신을 거의 다 허물어 뜨려 놓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실상은 벼랑 끝에서 웃고 있는 김근태의 용기와 절규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조차 넉넉함과 부드러움으로 오해했던 것은 아닌가싶어 문득문득 가슴이 찢어졌다"고 밝혔다.

인 의원은 "여러분, 늦어서 죄송하다"며 "남편 김근태와 함께 은폐된 고문의 진실을 밝히고 현재와 미래의 고문을 막아내며 고문의 국가적, 사회적 치유에 좀 더 일찍 헌신했어야 했다. 하지만 늦은 게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김근태의 이름을 걸고 진실의힘과 함께 고문이 없는 나라, 고문의 상처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길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 인재근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다음은 인 의원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진실의힘 여러분, 그리고 김근태를 기억해 이 자리에 오신 모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재근입니다.

흥사단에 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30여 년 전 바로 흥사단에서 오늘의 인권상 수상자인 민주주의자 김근태와 결혼을 했습니다. 수배를 받던 시절이라 아들 병준이를 먼저 낳고 4개월쯤 되었을 무렵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우리 세 식구가 신혼여행을 버스를 몇 번인가 갈아타고 공주 우금치로 다녀왔습니다. 마치 엄마아빠를 위한 결혼 선물을 주듯 갓 백일을 지난 아들 병준이는 떼도 쓰지 않고 잘 울지도 않고 착하게 굴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고 30여 년 만에 다시 선 흥사단이지만 결혼식 때처럼 설렙니다. 진실의힘 때문인가요. 오늘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30년 전 그 날보다 김근태가 더 강하게 느껴지고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남편 김근태가 살아있었다면 이 상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김근태는 늘 미안해했습니다. 반독재·민주화 운동 기간 동안 고문 받고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은 분들이 너무나 많은 데 그분들에 비해 김근태 자신은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보상과 치유, 그리고 그분들을 둘러싼 잘못된 역사바로잡기가 더디기만 한 것을 속상해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보상을 받게 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남편 김근태는 인권상 보다도 진실의힘의 존재 그리고 여러분과의 만남을 더 귀하게 여겼을 겁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김근태는 미안한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진심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고문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며 미안해하고 마음 아파했을 겁니다. 그리고는 고문의 기억이 되살아나 며칠 몸살을 앓았겠지요. 바로 그것이 고문의 트라우마가 주는 고통이고 아픔입니다. 그렇게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보살피고 배려하는 것,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스스로 치유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바로 이것이 진실의힘이 아니겠습니까. 진실의힘의 활동을 보고 직접 체험하였다면 김근태는 너무나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했을 겁니다. 김근태의 흐뭇한 미소와 믿음으로 일렁이는 눈빛이 이곳에 한가득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고 빼곡한 진실의힘 인권상 수상 이유를 보았습니다. 김근태와 인재근의 지난날에 크고 깊은 의미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수상소감을 어찌할지 궁리를 할수록 김근태가 진실의힘 인권상을 수상하고 그 상을 이곳 흥사단에서 인재근이 해야 할 이유를 더 찾아오라는 시험문제를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늘까지 그 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계속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진실의힘, 인권상, 김근태, 인재근을 화두로 삼고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고문과 진실의힘

우선 저의 첫 번째 화두는 남편 김근태의 갑작스런 소천 이후 인권상과 함께 찾아 온 진실의힘은 과연 어떤 인연, 어떤 뜻인 것일까 입니다.
작년에 남편인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킨슨병으로 고생을 해왔는데 뇌정맥혈전증이 갑자기 찾아왔고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저나 지인들 심지어 의사마저도 예상치 못한 급격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파킨슨병으로 몸이 점점 굳어지긴 했어도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읽고 쓰기는 물론 말도 잘했고 축구나 산책 같은 운동도하고 민주대연합관련 대외활동도 활발히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을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가을이었습니다. 남편 김근태는 가을만 되면 늘 며칠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고문을 받던 계절이 가을이어서 늘 고문의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몸살이 나고 몸을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고통의 시간들을 정신력이 워낙 강한 데다 타고난 성품이 고운 사람이라서 짜증이나 화풀이 없이 혼자서 다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몸이 다 부서졌다가 다시 조립되는 느낌이었지만 남편 김근태는 미소와 넉넉한 눈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조차도 남편의 고통과 상처를 점점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 김근태가 떠나고 세상이 김근태의 인생과 파킨슨병에 주목하게 되고 민주주의와 고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남편 김근태가 떠나는 길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이름으로 김근태를 기억하겠노라고 저를 격려해주셨습니다.

남편을 보내고 많은 분들이 김근태와 고문, 그리고 이근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보며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을 여러 이유 때문에 쉬쉬했던 점이 특히 후회가 되었습니다. 파킨슨병을 감추게 되자 파킨슨병의 원흉인 고문후유증도 감춰지게 되고 결국 고문을 국가나 사회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고 말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문의 개인적 차원조차 김근태의 강한 정신력과 온화한 성품으로 인해 치유가 아닌 불편함의 인내 정도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병상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의 한복판에서 눈을 껌벅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남편 김근태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은 고문이 김근태를 너무나 힘들게 했었고 그의 몸과 정신을 거의 다 허물어 뜨려 놓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상은 벼랑 끝에서 웃고 있는 김근태의 용기와 절규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내조차 넉넉함과 부드러움으로 오해했던 것은 아닌가싶어 문득문득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김근태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고문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였습니다. 강한 정신력과 천성이 고왔던 것과 별개로 김근태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이근안을 만났어도 용서도 안 되고 치유도 안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전문적이지 못한 즉흥적인 이벤트로 치유가 될 리가 없었습니다. 고문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고 김근태의 인격을 높게 평가했던 주변 사람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고문은 이쯤 되면 용서할 때가 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깊은 연구과 관심 그리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치유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함세웅신부님이 고문치유센터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저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형식으로 고문치유센터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진실의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남편 김근태와 함께 은폐된 고문의 진실을 밝히고 현재와 미래의 고문을 막아내며 고문의 국가적, 사회적 치유에 좀 더 일찍 헌신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늦은 게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근태의 이름을 걸고 진실의힘과 함께 고문이 없는 나라, 고문의 상처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길에 매진하겠습니다. 그 출발은 바로 고문치유센터입니다. 진실의힘과 김근태 인재근이 만나게 된 이유를 저는 고문의 치유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구한 첫 번째 화두의 대답입니다.

2. 두 번째 인권상의 의미

두 번째 화두는 두 번째 인권상의 의미입니다. 오늘, 국회의원이 된 인재근이 김근태의 이름으로 인권상을 대신 수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실의힘 인권상은 김근태와 저에게 두 번째 인권상입니다. 1987년 케네디 인권상에 이은 두 번째 인권상은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총선 때 일입니다. 출마를 하겠다고 하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업이 무엇인지 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권운동가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선거기간 내내 김근태와 함께 케네디인권상을 받은 인권운동가로 당당하게 나섰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선거를 임하면서 인권에 대해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 때 케네디 인권상을 받던 1987년의 인권과 2012년의 인권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20세기 군사독재 치하의 국민소득 1만 불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인권과 21세기 민주화된 국민소득 2만 불이 넘는 G20 대한민국의 인권은 깊이 연결되지만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실제 역사적으로 인권은 발명되는 것이고 투쟁과 희생 속에 유지되고 발전되는 것입니다. 천부인권이란 말도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 의미하는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서구에서 천부인권을 말하면서 오랜 시간 노예제가 가능했던 것은 인권이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저는 선거에서 감히 '복지가 최고의 인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20세기 케네디 인권상 시대의 인권이 고문과 관련 깊은 신체적, 정치적 자유와 평등라면 21세기의 인권은 20세기의 인권에 더해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토대 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삶과 관련된 자유와 평등이어야 합니다. 그 자유와 평등을 위한 핵심 키워드이자 인권의 21세기 시대정신이 복지입니다. G20으로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이라는 그늘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입니다. 이러한 때 복지야말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저성장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처방입니다. 국내형편과 국제적 형편을 따져 잘 고안되고 조절되는 복지는 절대 성장을 저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도 국가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넉넉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 화두인 진실의힘 인권상이 주는 의미는 계승과 발전입니다. 최근에도 학림사건이 대법원에서 31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겐 여전히 밝혀야할 진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진실의힘과 수많은 분들을 괴롭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에 맞물려 종북논쟁에 이어 국가보안법까지 다시 만지작거리는 시대의 역행이 벌어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명박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탄압과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 사태와 같이 인권의 후퇴와 퇴행에 대해 단호히 맞서서 지켜내야 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복지를 통해 새로운 인권을 만들어야 합니다. 진실의힘이 노력하고 있는 고문치유처럼 대한민국의 아픔과 상처를 복지로 치유해야합니다.

3. 김근태·인재근의 소명

제가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막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첫 달에 인권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첫출발과 함께 찾아온 진실의힘 인권상은 인재근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고 인재근이 아니면 안 될 어떤 특별한 이유나 소명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전과 철학이 있는 정치인이었지만 김근태는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선주자급 지도자로서 정치활동을 해야만 했기에 그의 따뜻함과 섬세함이 정치적으로 꽃필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적었습니다. 바로 그 시간과 공간이 저 인재근 앞에 놓인 것이고 그 출발이 진실의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세기 인권운동가 인재근에서 21세기에는 인권정치가, 복지인권운동가로 새롭게 출발하라는 하늘과 김근태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인재근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근태는 2012년을 점령하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2012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소위 '2013년 체제'를 만들라는 뜻입니다. 인권은 오랜 역사적 투쟁 속에서 발명되고 쟁취된 것이고 매우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권상황은 정치적 상황에 크게 좌우됩니다. 지난 5년 이명박 정권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인권상황이 안정되거나 정착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진실의힘이 가장 관심 있고 염려하는 고문 역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실은 군사독재시절에도 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진실의힘이 되지 못하고 왜 21세기가 되어서야 진실의힘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20세기와 21세기를 이어가는 고리에 87년 민주화와 민주정부 10년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겨울에 인권을 중시하는 정부,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에 단호한 정부, 복지를 통해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정부, 지난 정부들의 반인권적 행태와 잘못들을 반성하고 치유하려고 애쓰는 정부를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김근태가 소망했던 2012년이고 진실의힘 인권상을 제가 대신 수상하는 이유입니다.

맺는 말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진실의힘 여러분, 그리고 동지, 동료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근태가 영원한 민주주의자이듯, 저 인재근은 영원한 인권지킴이입니다. 인권상을 통해 케네디가문이 20세기 인권운동가 인재근에게 큰 힘이 되었듯이 진실의힘은 인권정치인 인재근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 비록 미약할지라도 제 모든 최선을 다해 진실의힘의 좋은 친구로 남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근태와 저는 진실의힘 인권상을 통해 고문에 대한 진실과 치유, 그리고 인권의 지킴과 증진이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명의 길은 함께 가는 길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진실의 길, 인권의 길, 그리고 세상에 힘이 되는 길에 언제나 김근태가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때론 왼발이 되고 때론 오른발이 될 때 진실의힘도 영원하고 김근태도 영원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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