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박근혜 겨냥 "사상 문제 삼아 의원직 제명? 나는 반대"
일찌감치 대선 경선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 전 대표는 4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근혜 전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사상을 문제삼아 제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 놓았다. 정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에서는 (국회의원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지 '종북적이니까 의원 하면 안된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국회는 통진당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 사람들이 종북 의심을 받으니가 제명을 하자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정몽준 전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정 전 대표는 "(이석기 의원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사면 복권이 있었다. 사면복권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판단은 별개로 (처벌) 문제는 다 해소가 됐다"며 "우리가 어떤 사람을 처벌할 때, 처벌의 목적이 앞으로 반성해서 잘 하라는 것이지, 사회 생활을 계속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대표는 "민주당은 사실상 대선을 두번하는데, 새누리당은 한번 한다. 새누리에 유리한가? 아니다. 국민 참여를 한 쪽은 허용하고 한 쪽은 못하게 하는데,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당에 관심을 더 갖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너무 자명한 이치인데, 박근혜 의원은 '선수는 룰에 관해 이야기 말라'고 한다. 본인도 선수인데, 그런 말씀 한 것은 부적절 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박근혜 의원은 과거에 '이회창 총재만 놓고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한 부분도 있더라. 박근혜 의원이 결국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2002년 한나라당 시절 국민참여경선 확대등을 주장하며 탈당했을 당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경선 날짜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 신지호 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현행 룰대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면 하나마나한 게임이 된다. 시대 추세에 맞고 국민의 지지 여론이 높은 완전국민경선을 도입하자고 비박 주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 당권파인 박 전 대표 측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전 의원은 경선 룰 논의를 위한 '경선 준비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며 "5년 전 선례에 따라 당 내외 중립적 인사와 각 후보 측 대리인이 참여하는 경선 준비위와 후보자 검증 소위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만일 우리 제안이 계속 무시되면 경선 참여 여부 등에 대해 중대결단을 내릴 시점이 올 것"이라고 박 전 위원장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박근혜 지지율 꺼져야 비박 주자 활동 공간 생겨"
정몽준, 김문수, 이재오, 임태희 후보 등이 연일 박 전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들 '비박' 주자들의 활동 공간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현재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강고하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데 따르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다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40.4%를 기록했다. 8주 연속 40%대를 유지한 것이다.
2위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22.1%, 3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13.8%였다. 여권 후보군 중에서는 김문수 지사가 3.2%를 기록했고, 정몽준 전 대표는 2.1%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이 45.0%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내에서 약 5%를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나눠갖는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박 전 위원장 한 사람에게 몰려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위원장 지지율이 강고할수록 박 전 위원장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다. 지지율이 떨어져야 비박 주자들이 그 공간을 치고 나올 수 있는데, 현재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비박 주자들은 확장성을 논하기 앞서 박 전 위원장으로부터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를 빼앗아올 수 있어야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지율이 '깡패'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더라도, 지지율이 높으면 아무리 흠집을 내거나 압박해도 소용이 없다"고 평했다.
"정몽준, 김문수 같은 중량감 있는 비박주자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새누리당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말들도 당 내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40% 대 지지율에 안주해 중도층 끌어안기를 게을리할 경우 표의 확장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대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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