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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시장주의자' 원내대표…'경제민주화' 후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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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시장주의자' 원내대표…'경제민주화' 후퇴하나

[분석] 역동성 없는 '박근혜 체제'…당대표도 '예상대로'?

친박계가 80%를 장악한 새누리당이 강성 시장주의자 이한구 의원을 원내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9일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가 된 이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 선생'이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경제 민주화'를 두고 설전을 벌였던 인물이다. TK(대구 경북)의 핵심이기도 하다.

쇄신파의 지지를 받았던 남경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이 의원과 1표 차이로 막판 접전을 펼쳤으나, PK 지역의 이주영 의원 지지표가 이한구 의원 쪽으로 쏠리면서 이한구 의원 당선으로 귀결됐다. 이 의원은 앞으로 대야 협상을 통해 19대 국회 원구성을 주도하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며, 대선에 앞서 원내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한구 "정치판 고수 박지원 어설프게 하면 본전도 못 찾아"

이 의원의 당선은 몇 가지 전망을 던져준다. 먼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 맞설 전투력을 갖춘 인물로 적당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 의원은 '폭로전' 등 고공전에는 소질이 없지만 강단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체 알려진 정치판의 고수다. 어설프게 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 저는 팀플레이, 술수보다는 원칙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어서 하는 방식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을 잘 알고 있어서 박 위원장의 뜻대로 원내 전략을 풀어갈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진영(왼쪽)과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한구 의원(오른쪽) ⓒ뉴시스

그러나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당내 세력 구도 면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인사들이 친박 일색이라는 점에 더해, 원내 전략 주도권까지 친박이 거머쥔 형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박근혜 체제'의 안정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꾸로 박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문제다.

둘째,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위원장과 같은 TK 출신에 친박 핵심인 이 의원은 수도권 공략에 힘 써야 할 박 위원장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울에서 3선에 성공한 진영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들어와 균형을 맞춘 듯 했지만 진 의원은 대중적으로 '서울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약하다. 친박이었다가 친이로 건너간 후, 다시 친박으로 돌아온 그의 이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원내 사령탑이 TK로 넘어가면서, 당대표 선거는 수도권 출신이 유력해졌다. 이는 가뜩이나 PK(부산 경남) 지역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PK의 소외감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 의원은 부산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에 대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는 등 PK 지역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왔었다.

셋째,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새누리당에 관철시키려 했던 '경제 민주화'는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전 위원은 이한구 의원을 두고 "경제 민주화의 참뜻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여기에 이한구 의원이 "그 양반(김종인 전 위원)이 말하는 경제 민주화는 추상적인 용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토론 과정에서 "제가 경제 민주화를 모르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를 모르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 당이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것은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경제 민주화는 범주가 굉장히 넓은데, 그래서 제가 공정한 경제를 주장한 것"이라며 "우리가 경제 민주화의 의미를 얼마나 확장을 하느냐의 문제는 민주당 페이스에 말리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제한을 뒀다. 원내 전략 차원에서 '경제 민주화'의 의미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의원은 '경제 민주화' 대신 '공정한 시장 경제'를 더욱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간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쓴소리를 낸 것도 이 대통령의 경제관이 기본적으로 '관치 경제', '토목 경제', '거품 경제'였다는 그의 판단 때문이지, 그가 '좌클릭'을 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식 복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논란 등을 두고 '포퓰리즘 경계'를 강조해 왔었다. 복지 역시 '시장주의자'의 눈으로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타 공인 '재정통'으로 국가 재정을 중시해 안정적인 경제 정책에 적합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의 '중도화 전략'이 못마땅한 당내 보수파의 분위기에 휘둘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의원이 결선 투표에서 138표 중 72표를 얻어 가까스로 당선됐다. 이는 수도권 쇄신파들 사이에 '이한구 불안'이 내재해 있다는 증거다. 일부 TK 의원들의 '비토'가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역동성' 없는 새누리…당대표 선거도 '예상대로'?

결국 '안정'을 택한 새누리당은 경선 과정에서 이변을 연출하지 못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절대적인 힘에 가려 당이 '역동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 출신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당대표 선거에서 수도권 출신인 황우여 의원이 더 유력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당대표 선거도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한채 밋밋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한구를 선택하면 박근혜 색깔이 강해지는 것인데, 결국 '독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총선을 거치면서 수도권이 소외되고, 영남 지역이 과잉 대표되고 있는 게 현실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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