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라인' 브로커에 놀아난 '영포라인' 최시중, 이상득, 박영준?
대검 중수부(최재경 부장)는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최시중 전 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에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브로커 이동률 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이 포함된 '비망록'과 '경조사 화환 및 축의금 리스트'를 입수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브로커 이 씨의 비망록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을 수차례 만났다는 정황이 기록돼 있다. 이 씨는 최 위원장, 이상득 의원 등과 같은 동향인 포항 출신이다. 특히 최시중 전 위원장과 구룡포학교, 대륜고등학교 동문이다.
이상득 의원이 동지상고 출신인데, 이 씨가 한때 "나는 동지상고 출신"이라고 떠들고 다녔다는 말도 있어 이 의원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당시 이 씨 스스로 '영포라인'이라고 인맥을 자랑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비즈니스 민원이 있으면 해결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61억 5000만 원의 돈을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게 받아 로비자금으로 쓴 브로커 이 씨가 '영포라인'의 핵심인 이상득, 최시중, 그리고 포항 출신은 아니지만 '영포라인'의 실세 박영준 전 차관과 인연이 있다는 것은 현 정부 '권력 사유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결국 남는 의문은 하나다. 파이시티 사건 관련, 대규모 건물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시설 변경이 이뤄진 시기에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영포라인'의 '로비' 사실을 알았는지 문제다.
▲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
MB는 2006년 파이시티 로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브로커 이 씨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지난 2006년부터 파이시티 시설 변경을 위해 최시중 전 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에게 집중 로비를 벌였다. 이 대통령의 측근 박영준 전 차관은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이었다.
결국 2006년 5월11일 서울시는 서울에서 세번째로 큰 대규모 점포 및 창고, 터미널 등을 허용하는 '도시계획 세부시설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임기를 불과 50일 남겨둔 상황이었다.
당시 회의록 등에 따르면 일부 도계위원들은 교통난 등을 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장석효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장은 시설 변경을 밀어붙였다.
대표적인 'S라인(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인맥)'이고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대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낸 뒤 현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자리에 앉은 장석효 사장은 석연치 않은 시설 변경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파이시티 관련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 중이다.
시설 변경이 이뤄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난 뒤에도 파이시티 로비는 '진행형' 이었다. 박 전 차관이 2007년 문제가 된 인허가 건에 대해 발벗고 뛰었다는 정황도 있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내가 서울시에 있던) 2007년 영준이 형(박영준 전 차관)이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시는 현재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자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재직 시절 고위급 정무라인이 파이시티 관련 로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브로커 이 씨가 2006년 '영포 라인' 인맥을 이용해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청탁을 했고, 이 청탁이 장석효 당시 행정2부시장 겸 도계위원장에게 관철됐을 수 있다는 그림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같은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또 알고 있었다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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