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분명 참패했다. 그러나 충청권, 강원도에서 승리를 거뒀고, 부산에서도 야권에 2석을 내줬지만 선방했다. TK(대구경북)는 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 판'이었다. 정권 심판론이 총선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였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근혜'라는 부담을 떠 안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버리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
수도권 패배했지만 대권 가도에는 '청신호'
수도권 패배도 속을 들여다보면 박근혜 위원장의 힘이 돋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전면에 나서고도 패배해 수도권 경쟁력을 의심받았다. 이번에는 수도권 의석을 많이 잃긴 했지만 대다수 후보의 지지율을 40%대까지 끌어올렸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지난 8일 대전시 서구 탄방동 대전시청 남문 광장을 찾아 '붕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부산에서도 박 위원장은 '선방'했다. "부산이 심상치 않다"고들 했지만 박 위원장은 야당에 단 두 석만을 내 줬다. 대권 가도에서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예방했다.
박 위원장의 당내 입지는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당내 경쟁자들도 이번 총선에서 맥을 못췄다. 정몽준, 이재오 후보는 가까스로 당선됐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근인 차명진, 임해규 후보는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박근혜 위원장의 힘은 해석 불가능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박 위원장의 한 원로 측근조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치를 수십년 했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기 힘든 인기는 겪어보지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설명이 안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현상>의 저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근혜 위원장의 선전과 관련해 "야당의 리더십이 0이라면 박근혜의 리더십이 100이었다. 박근혜 리더십이 먹혔다고 본다. 야권이 공천 파동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쇄신의 모양새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힘을 못 쓴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소장은 "충청권에서는 선진당에 유력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을 집중 파고든 결과, 새누리당의 영토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장 큰 부분은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의 영역 확장을 막았다는 점"이라며 "이 역시 박근혜 개인의 힘이 크다"고 평가했다. 대선을 앞둔 총선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권주자의 인물론, 그리고 리더십이 대중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민간인 사찰 '윗선'으로 지목받는 기무사령관 출신 인사, 경제 민주화에 반하는 '친재벌' 인사,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 출신 인사, 성폭행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인사, 논문 표절 의혹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인사 등을 공천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 증명됐다. 야당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한 유권자는 또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근혜' 심판론은 허상인가?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 이혜훈 선대위 상황실장은 "변화와 쇄신을 위한 노력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했다. 사람도 바꾸고, 정책도 바꾸고, 이름도 바꾸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늘까지 왔다"며 "국민이 주는 총선 결과를 감사한 마음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결과의 원인을 박근혜 위원장 주도의 쇄신에서 찾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았음에도 유권자들은 박근혜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분리해냈다.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박근혜 위원장에게 돌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부산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50%이상 나온 점 등은 박 위원장에게 뼈 아픈 부분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은 여전히 박근혜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수도권이 약한 고리인데, 박 위원장이 수도권 민심을 얻으려면 개혁성향의 소장파들을 중용해서 향후 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새누리당 당선자 중 경제 민주화 등을 실현할 '개혁 성향 인물'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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