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표 관광지인 광안리 해수욕장과 남천동 삼익비치 입구 일대에 정치적 구호가 담긴 '윤어게인(YOON AGAIN)' 현수막이 게시돼 있지만 관할 지자체인 수영구청은 별다른 행정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26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현수막은 광안리 해수욕장 산책로 난간과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진입부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설치돼 있다. 관광객과 시민의 시야에 직접 노출되는 위치임에도 수영구청은 현수막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공식 판단이나 철거 요구를 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울산 동구는 최근 동일한 문구의 정당 현수막을 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자진 철거를 요구하며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울산 동구는 해당 문구가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고 정당 명의의 현수막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위법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판단은 행정안전부의 최근 법령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정당 현수막이라 하더라도 범죄 미화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불법 옥외광고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울산 동구는 이를 실제 행정조치로 옮겼다.
그럼에도 수영구청은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에 게시된 동일·유사 현수막에 대해 별도의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수영구는 지난해 광안리 해변을 '현수막 없는 청정거리'로 지정해 10월부터 시범운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어 현재의 무대응은 스스로 내세운 정책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안리는 부산을 대표하는 해변 관광지이자 각종 국제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시민공간이다. 정치적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장기간 게시될 경우 경관 훼손과 관광 이미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수영구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남천동 삼익비치 입구 역시 주거지와 관광 동선이 맞물린 지점으로 동일한 관리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 전문가들은 "울산 동구가 할 수 있었던 판단을 수영구청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한다. 동일한 법령과 동일한 유권해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 지자체는 철거 절차에 착수하고 다른 지자체는 침묵한다면 행정의 일관성과 형평성 문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수영구청의 무대응은 또 다른 행정 공백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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