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부터 몸과 마음의 균형이 하나씩 무너졌다는 것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을 잘 자는 것은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큼이나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과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성인 3명 중 1명은 불면을 경험하고, 그중 상당수는 만성 불면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불면증은 더 이상 개인의 성향이나 일시적인 스트레스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인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가 되었다.
불면증이 반복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낮 동안의 컨디션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며, 이유 없는 불안감이 따라온다. 이는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수면 중 이루어져야 할 뇌와 신경계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면은 뇌의 각성과 긴장을 낮추고, 감정과 신경계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이 무너지면 몸은 깨어 있어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정상적인 수면은 렘수면(REM睡眠)과 비렘수면(非REM睡眠)이 번갈아 나타나며 이 주기가 보통 5회 전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불면증이 있는 경우, 잠을 자야 할 밤에 오히려 뇌의 각성이 높아지며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은 저하된다. 그 결과 맥박과 체온,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며, 몸은 누워 있지만 여전히 긴장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수면장애가 오래 지속될 경우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감정 기복,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두통, 어지럼증, 소화불량, 이명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도 동반한다.
불면증은 양상에 따라 잠들기까지 시간이 30분 이상 걸리는 입면 장애, 중간에 자주 깨는 수면 유지 장애, 너무 일찍 눈이 떠지는 조기 각성으로 나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서 ‘오늘은 과연 잠을 잘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잠에 대한 불안과 예민함이 커질수록, 뇌는 오히려 더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불면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구조로 굳어진다. 수면장애는 의지만으로는 극복이 쉽지 않다. 자율신경계 기능이 천천히 각성 상태를 낮추고, 뇌의 감각 처리 속도를 줄이며, 신체를 회복 모드로 이동시킬 때 잠드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을 단순히 잠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진 결과로 본다. 특히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기혈 순환의 저하, 소화 기능과 회복력의 약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긴장되는 상태라면, 몸이 이미 과부하 상태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의학의 불면 치료는 이처럼 각성된 몸을 어떻게 가라앉히고, 회복의 방향으로 되돌릴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예민하고 생각이 많아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처럼 과도하게 흥분된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방향의 한약 처방을 고려한다. 피로가 심하고 심장이 자꾸 두근거리고 잠이 얕아지는 경우에는, 복령보심탕(茯苓補心湯)처럼 심비(心脾)를 보강해 몸이 스스로 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 필요하다. 같은 불면 증상이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침 치료는 과도하게 항진된 교감신경을 조절하고, 몸이 이완 신호를 다시 인식하도록 돕는 데 활용된다. 특히 두경부와 흉곽, 복부 주변의 긴장이 높은 경우, 해당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면 호흡이 깊어지고 심박이 안정되면서 잠자리에 들기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잠을 유도하기보다, 몸이 ‘이제 쉬어도 되는 상태’임을 신경계에 전달하는 과정에 가깝다.
또한 만성 불면 환자들 중에는 목과 어깨, 등 주변의 긴장이 만성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추나 치료를 통해 척추의 긴장을 완화하고, 호흡과 자율신경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적 요인을 함께 조절하기도 한다. 몸의 긴장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잠의 깊이가 달라지는 경우도 흔히 관찰된다.
잠을 못 잔다는 것은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 중 하나다. 더 버티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회복이 필요하다는 ‘알림’에 가깝다. 불면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 자체를 참아야 할 문제로 여기기보다, 몸의 균형이 어디에서 무너졌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잘 자는 밤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음 날의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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