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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 논쟁의 그늘… 위태로운 중소 제조기업과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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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 논쟁의 그늘… 위태로운 중소 제조기업과 농민

대형 직매입구조, 코로나19때 효과 톡톡… 우리에겐 안전장

저는 농가에서 벼를 사 와 가공하고 이를 쿠팡에 납품하는 충북 청주시에서 중소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전병순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쿠팡을 둘러싼 논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청문회는 이어지고 말은 많아졌지만, 상황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계속 불분명하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장에서는 피로와 불안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이 솔직히 편치 않습니다. 기업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일은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개인정보 유출 같은 중대한 사고에 대해 분명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도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논쟁과 공방만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은, 자칫 의도와 다르게 사회의 가장 취약한 쪽부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중소업체와 생산자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칩니다. 거래 구조가 바뀔지, 유통이 막힐지, 수요가 줄어들지 예측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다음 달 계획을 세우는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특히 쌀이나 신선식품, 축산물처럼 유통 속도와 안정성이 중요한품목은, 판로 전망이 흐려지는 것만으로도 경영 판단이 바로 어려워집니다.

이런 장면은 이미 한 번 겪은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외식수요가 급감했을 때, 많은 농가들이 수확한 작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당시 쿠팡은 지자체와 협력해 농산물을 직매입하고, 자체 물류망을 통해 빠르게 소비자에게 연결한 덕분에 일부 농가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유통 구조가 농업을 어떻게 떠받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직매입 구조를 더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농산물 유통에서 직매입은 단순한 거래 방식이 아니라 생산자에게는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이는 플랫폼이 판매 책임과 재고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안는 구조로써 농가나 중소 가공업체가 모든 위험을 혼자감당해야 하는 오픈마켓 같은 중개형 거래 구조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쌀은 특히 생산 시기와 물량이 미리 정해져 있는 품목입니다. 직매입 구조에서는 발주물량과 정산 조건이 비교적 명확해 계약 재배와 계획 생산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쌀 수급과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직매입은 단기 가격 경쟁이 아니라, 연간 생산과 수매를 가능하게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가격 구조를 유지해주는 기반입니다.쌀 같은 농산물은 유통 단계가 늘어날수록 운송 횟수와 비용이 늘고, 그 과정에서 품질 저하나 파손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산지에서 수차례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것보다, 물류센터를 거쳐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리하며,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은 이 차이를 분명히 체감하고 있을 것입니다.만약 직매입이 줄고 중개형 구조로 바뀐다면, 재고 부담과 가격 변동 위험은 고스란히우리 농가와 중소 업체의 몫이 될 것입니다. 또한, 쌀은 생산량을 갑자기 줄이거나 늘릴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에, 판로 구조가 흔들리면 그 충격은 곧바로 한 해 농사 전체로이어질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산물 가공·유통을 하는 중소업체와 농가에게 플랫폼 이동은 버튼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직매입 구조가 아닌 중개형 거래 구조로 바뀌면, 재고 부담과 가격 변동 위험은 그대로 농가와 중소 제조업체가 떠안게 될 것입니다.

포장 규격, 단가 구조, 물량 조정까지 다시 맞추는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과 비용은 고스란히 현장의 부담으로 남으며, 특히 쌀처럼 생산량을 갑자기 줄이거나 늘릴 수 없는 품목은, 판로 구조가 흔들리는 순간 그 충격이 한 해 농사 전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물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과로와 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개선돼야할 문제입니다. 다만 유통 구조 전반이 흔들리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부담은결국 가장 체력이 약한 생산자와 중소업체에게 먼저 전해질 것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현재 유통 시장이 이미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국내 유통 구조가 흔들린다면, 그 빈자리는 해외 기업이 채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며, 그때 우리 농산물의 수매 안정성과 위기 시 유통 책임을 누가맡게 될지는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기업의 잘못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논쟁이 전체 유통 구조와인프라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피해는 결국 가장약한 고리인 중소 제조업체와 농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돌팔매질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그리고 무엇은 지켜야 하는지를 차분히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논쟁이우리 유통산업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본 기고문은 프레시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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