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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에 AI는 필수? 게이머들은 AI 활용을 반대한다지만…

[게임필리아] AI 이용에 대한 반발과 촉구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게임 개발자

작년 5월 무렵 인공지능(AI)에 관한 글을 한 편 기고했다. 인공지능이 바꾸는 게임 개발 환경에 관한 글이었다. 그 사이에 글을 한 편 더 기고하긴 했는데, 7개월이 지나서 다시 이 주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글의 말미에 했던 질문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재미난 게임을 만들 것인가" 였다. 이 질문에 대해 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이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너무나 빨리 발전해 게임개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변했기에 같은 주제를 다시 쓴다.

몇 달 사이 새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었다. 5월의 챗GPT의 버전이 4o 였다면 현재는 5.2가 되었다. 지난 글을 쓰던 시점에는 에이전트를 다루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기에 대형언어모델(LLM) 서비스가 워드나 포토샵 같은 저작툴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AI LLM 모델을 위해 앤트로픽이 개발한 외부 연결 표준)를 소개했다. 헌데 7개월이 지난 지금은 필자 역시 MCP를 사용하기보다는 LLM 서비스로 작업의 대부분을 자율적으로 맡아서 해주는 에이전트 기반의 서비스인 클로드 코드를 사용한다. 불과 7개월 사이에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현실이 변화한 셈이다. 실제 개발 현장에서도 MCP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에이전트에 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미지, 음악 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그냥 다 쓰는 분위기이다. AI 에이전트는 이미 개발 현장의 필수가 되었다.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초기에는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작은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AI 에이전트가 기획서에 맞춰 제품 코드를 작성해 동작 단계까지 만든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를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이 자리에서는 계속 이러한 기술을 사용해서 무언가 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결과물들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AI를 둘러싼 논의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디스토피아적으로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언론과 정부 정책만 보면 AI가 미래고 AI 시대를 준비하지 못하면 국가 간 경쟁에서 도태될 것처럼 지원 사업들이 준비되고 있다. 많은 창작자들은 업체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혹은 헐값에 가져가서 학습에 사용하며 그로 인한 수익을 독점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이용자들은 AI 에이전트의 위협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일론 머스크의 엑스(X, 옛 트위터)에서는 생성형 AI 모델 그록(grok)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이 여성 창작자들의 옷을 벗겨 게시하고 있으며 유튜브에는 AI로 만든 쇼츠가 범람하고 있다. 이제 유튜브에서 동물이 등장하는 웃긴 영상은 실제 촬영분이 아닌, AI가 만든 영상이라 추측하는 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헌데 기술 산업으로 분류되는 게임계에서는 특이한 분위기가 관측된다. 자신을 게이머로 생각하는 사람 상당수가 게임에 AI를 사용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특히 생성형 AI로 가면 더 그렇다.

최근 지난해 각종 게임상을 휩쓴 프랑스 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가 개발 과정에 생성형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디게임상 수상이 취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스팀의 많은 창작자들은 AI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을 경우 해명하기에 바쁘다. 러닝위드시저스는 ‘포스탈 시리즈’ 신작인 <포스탈: 브레인 대미지드> 개발에 생성형 AI를 사용한 사실이 발각되자 공개 48시간 만에 개발을 전면 취소했다.

▲지난해 각종 게임시상식에서 올해의게임상을 휩쓴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최근 개발 과정의 AI 사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디게임상 수상이 취소됐다. ⓒ스마일게이트

게임 심리 분석업체 퀀틱 파운드리(Quantic Foundry)가 2025년 말 1799명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반응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85%가 생성형 AI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24년의 비슷한 설문에서는 이 응답률이 46%였다. 불과 1년 사이에 생성형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했다.

이러한 반응의 이유를 말하기에는 아직 구체적인 심층 인터뷰나 연구가 부족하다. 게다가 이러한 반응이 일관적인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Quantic Foundry의 다른 조사 결과에서는 게이머가 AI 사용에 항상 부정적이지 않다는 결과도 나왔다. 게이머 성향이나 연령, 젠더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창의적인 분야 종사자일수록 AI 기술의 사용에 부정적이었으며 동적 난이도 조절 등에 AI를 활용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또한 나이가 많은 게이머일수록 게임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것을 더 잘 받아들였다. 한편 상당수 게이머들은 퀘스트의 작성이나 번역에 AI를 사용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게임 이용자 사이에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음에도 게임 개발에 AI를 적용하는 사례는 점차 일반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에 AI를 적극 사용하는 크래프톤의 신작 <미메시스>는 판매량 100만 장의 성과를 냈다. 넥슨이 투자한 신작 <아크 레이더스> 역시 개발 과정에 AI를 적극 사용했다. 특히 <아크 레이더스>는 게이머가 상대하는 적의 행동 방식에 AI 학습 모델을 적용해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이제 앞으로 상당수 게임에서 게이머들의 상대는 놀라운 학습 능력을 가진 AI가 될 것 같다.

AI가 실제 게이머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사례는 게임 난이도를 동적으로, 즉 게이머에 맞춰 조정해 주는 동적 난이도 조절(DDA, Dynamic Difficulty Adjustment)이다. DDA는 고전적으로 보자면 반다이 남코의 1983년작 <제비우스>에서부터 밸브의 <레프트 4 데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 모든 구현 방식이 딥러닝은 아니지만,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은 딥러닝 방식이 DDA의 성과를 높이고 게이머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AI에 관한 인식이 혼란스러우니 게임 개발자들은 투자를 받으려 할 때, 그리고 국가의 AI 관련 방향성을 예측할 때도 혼란함을 느낀다. 요즘 게임업계에서는 투자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AI를 잘 활용하는지, 그리고 AI를 이용해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대부분의 투자자와 경영자가 AI의 적극적인 활용을 원하니 AI를 거부하는 개발자는 해고당하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된다. 즉 게임 개발자와 게임 개발사는 AI 관련성을 게이머에게는 숨기고 투자자에게는 적극적으로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넥슨이 배포해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크 레이더스>에서 게이머는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가진 AI를 상대해야 한다. ⓒ넥슨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는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LLM 서비스를 사용하는 건 이미 일반화된 분위기다. 나아가 에이전트 기반으로 구성된 클로드 코드나 코덱스 등에서는 에이전트가 직접 프로그래밍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 게임 기획 단계에서 자료조사 등의 기초 작업에 LLM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프로토타이핑에 생성형 AI를 사용한 리소스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등에서는 개발 과정에 AI를 사용했을 경우 이를 명시하도록 하는데, 개발자는 이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이용자에게 전부 알려야 하나? 어느 정도까지 AI 적용을 공개해야 하는지는 답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생성형 AI가 인간 창작자의 작업물을 무단 사용하는 것을 옹호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무턱대고 AI 사용을 가로막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기술 발전이 게임의 혁신에 더 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엔진의 대중화가 게임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고 진입 문턱을 낮추었듯이 게임 개발에 LLM이나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도 새로운 창조적 혁신을 낳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AI에 대한 게이머의 거부감, AI로 인해 급변하는 게임 개발자의 노동 환경, 기존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문제 등은 앞으로 게임이 넘어야 할 AI 관련 과제들이다. 어쨌든 개발자들은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떻게든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작업 경과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만이 더 좋은 미래를 낳으리라는 점을 믿을 수밖에.

참고문헌

* “게이머들은 비디오 게임 내 생성형 인공지능(Gen AI)에 대해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성별, 연령, 게임 동기 등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https://quanticfoundry.com/2025/12/18/gen-ai/

* “33원정대, AI 사용 들통나 '올해의 게임' 수상 취소 ” https://v.daum.net/v/20251222180342491

* AI 사용 논란, ‘포스탈’ 신작 공개 48시간 만에 개발 취소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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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

오영욱 개발자는 2006년 <던전 앤 파이터>를 시작으로 게임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PC, 소셜, 3D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했다. 비슷한 시기부터 국내 게임 관련 자료의 아카이빙작업을 시작하여 <한국 게임의 역사>(2013), <81년생 마리오>(2017),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게임>(2023) 등의 저술에 참여했으며 <게임 기획의 정석>(2024) 등 게임과 관련된 서적을 여럿 번역했다. 가천대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연구 및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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