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경찰과 변호사 간 수사기밀 유착 의혹으로 제기돼 온 사건이 결국 대규모 기소로 이어졌다.
금품을 대가로 수사정보를 넘긴 경찰 4명과 이를 받아 사건 수임과 대응에 활용한 변호사 2명 등 총 6명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지역 법조계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온 '사건거래' 관행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일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부산 경찰관 4명을 지난달 31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돈을 주고 수사정보를 받은 혐의로 부산의 H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E 씨와 소속 변호사 F 씨도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부산 일선 경찰서와 부산시경 소속이었던 경찰관 A·B·C·D씨는 2023년부터 2024년 초까지 마약·특수강간·강간 사건 등 주요 형사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진술 내용, 소변 감정 결과, 실시간 검거 상황,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 핵심 수사기밀을 법무법인 사무장에게 수차례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정보는 이후 변호사들에게 전달돼 사건 수임과 대응 전략 수립에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법무법인이 전관예우를 넘어선 적극적인 '정보 획득 창구'로 경찰 인맥을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E씨는 전·현직 경찰을 사무장으로 채용해 수사기관 내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했고 그 대가로 2022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급여 명목 등으로 총 2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1년부터는 형사사건을 소개받는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돈을 건넨 정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소속 변호사 F씨 역시 사기 고소 사건 등을 소개받고 58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의뢰인에게 "경찰 수사팀과 이미 얘기가 끝났다"는 취지로 말하며 고액 수임료를 요구했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증거가 없으니 일단 부인하자"며 진술 방향까지 조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지역 토착형 '법조·경찰 유착 비리'의 전형으로 규정했다. 현직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법무법인 무동록 사무장으로 활동하며 로비 창구 역할을 했고 수사기밀 유출이 증거인멸과 진술 왜곡으로 이어져 형사사법절차 자체를 무력화할 위험이 컸다는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밀 유출은 단순 비위가 아니라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이번 기소는 앞서 <프레시안>이 보도한 '사건을 돈 주고 샀다'는 의혹, 경찰과 변호사 간 장기적 금품거래 정황이 구체화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의혹 제기 이후에도 일부 피고인 측은 혐의보다는 증거의 적법성만을 문제 삼는 방어전략을 이어왔지만 검찰은 수사기록·계좌추적·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구조적 유착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개인 일탈로 정리될지 아니면 부산 법조계 전반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재판 과정과 제도 개선 논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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