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사립예술고에서 여학생 3명이 숨진 비극이 발생한 지 약 6개월 만에 교장이 해임됐다.
그러나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조치는 늦었고 책임 역시 개별 교직원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학교법인 정선학원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선학원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해당 예술고 교장 A씨를 오는 29일자로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행정실장 B씨 역시 해임됐으며 교직원 6명에 대해서는 정직·견책 등 징계가 결정됐다. 이는 학생 사망 사건 이후 진행된 교육청 특별감사 결과를 법인이 수용한 조치다.
감사 결과 교장 A 씨는 일부 무용학원 관계자들과의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학생들의 학원 이동을 제한하는 등 학교 운영의 공정성을 훼손한 의혹을 받았다. 행정실장 B씨는 초과근무수당과 성과상여금 부정 수령, 영리업무 금지 의무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청은 이들을 금품수수·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운영 혼란과 비위 의혹이 단기간에 발생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선학원 산하 학교를 둘러싼 민원과 운영 관련 문제 제기가 과거에도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법인이 구조적인 점검이나 실질적인 개선에 나섰다는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사립학교 구조상 교장과 행정실장은 모두 법인의 관리·감독 대상이다. 그럼에도 정선학원은 학생 사망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기존 운영 체제를 유지했고 교육청 감사가 본격화된 뒤에야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법인이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학교 내부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사립법인이 정기적인 관리·점검 역할을 했다면 누적되기 힘든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필요할 때는 개입하지 않다가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선학원이 실제로 학교 운영 과정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기까지 걸린 시간과 이전에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종합하면 법인의 책임을 단순한 관리 소홀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임된 교장 A 씨는 "과거에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됐던 사안이며 이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무용과는 정원 미달 상태였고 학원과 결탁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A 씨는 교육부 소청심사와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개인 차원의 주장일 뿐 학교 운영 전반을 감독해야 할 법인의 책임까지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특정 교직원의 비위 여부를 넘어 사립학교법인이 학교를 어떻게 관리해왔고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묻는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의 죽음 이후에도 법인의 책임 범위가 분명히 정리되지 않는다면 정선학원을 둘러싼 의혹과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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