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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지도자는 ‘권력의 욕망’보다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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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지도자는 ‘권력의 욕망’보다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전북 정치인물 탐구] ⑥4인이 꼽은 책과 문장

문학은 시대의 거울이자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창이다.

정치가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한 정치인이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는 그의 세계관을 비추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어느 때보다 도전과 변화가 절실한 전북의 현실에서 네 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도지사 출마예정자들에게 <프레시안>은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 한 권과 책 속의 한 구절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원택·김관영·정헌율·안호영(이 순서는 무순임), 이 네 명의 출마예정자들은 각기 다른 경험과 성장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들이 꼽은 책과 문장 속에는 공통의 키워드가 보인다. 그것은 ‘헌신’과 ‘실패’를 딛는 과정, ‘책임’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다.

그들의 독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정치인의 내면, 그리고 그들이 그리려는 전북의 미래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이원택 국회의원ⓒ

허준에게서 배운 인간 존중의 철학-이원택

이원택 국회의원의 독서 이야기는 과거 개인의 아프고 뜨거운 시간에서 출발한다. 그는 대학생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을 꺼냈다.

그 시절, 한밤의 정적 속에서 그를 붙들었던 한 권의 책이 있었다. 바로 이은성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

▲소설 동의보감ⓒ

“허준이 수많은 시련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며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 사회적 책임, 인내와 끈기 등, 그 책은 저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해줬습니다.”

이원택 의원은 문학 속 허준에게서 ‘치유와 헌신의 정신’을 읽어냈다.

‘동의보감’은 단순한 의학서가 아니라 인간 생명에 대한 근원적 존중의 선언이며, 조선 후기의 위대한 실학 정신의 표본이다. 동의보감을 집대성한 허준의 고난의 여정은 불의한 사회 속에서도 제 길을 찾으려는 젊은 활동가의 자화상과도 닮았다.

그는 “교도소 시절은 부족함과 잘못을 성찰하는 시간이었다”며 “위기가 곧 기회였다”고 회고한다.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동시에 자신을 되돌아본 시간이었고, ‘사회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곱씹는 계기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독서와 회고는 단지 개인적 성장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후 농업정책과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며 ‘농촌과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천명해왔다. 『소설 동의보감』 속 허준이 몸으로 민초의 아픔을 껴안았듯, 그는 “도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정치”를 강조한다.

허준의 의술과 저술이 백성의 고통을 어루만졌다면, 이원택이 말하는 정치는 정책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일인 셈이다. “정치는 삶의 동의보감이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그가 선택한 책 속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실패를 자산으로…‘도전경성’을 말하다-김관영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실패’라는 단어를 주저 없이 꺼내든다.

그가 꼽은 책은 변호사이자 전 재선 국회의원인 최재천이 쓴 『실패를 해낸다는 것』이다.

“넘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는 이 한 문장에서 정치와 인생의 본질을 읽어낸다.

▲실패를 해낸다는 것ⓒ

책은 다양한 실패 사례를 엮어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김관영은 이를 자신의 좌우명인 ‘도전경성(挑戰鏡成)’으로 연결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자산입니다.”

김관영의 인생 궤적을 돌이켜보면, 이 철학은 단순한 독서 감상이 아니라 체험의 산물이다. 농촌 출신에 자수성가형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에 행정과 대형로펌, 국회를 넘나든 실무형 정치인, 그리고 전북에 새로운 리더십을 상징하려는 ‘혁신 정치인’으로의 여정까지 그는 여러 번의 시도와 좌절을 경험했다.

그가 강조하는 ‘실패의 가치’는 사실상 ‘끈질긴 실용주의’에 가깝다.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고, 구조적 한계 앞에서도 대안을 찾는 자세가 곧 김관영의 실천적 정치철학인 셈이다.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전북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김관영 도지사에게 실패는 낙인 아닌 학습이며, 혼돈은 발전을 위한 선행조건이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

제갈공명에게서 찾은 책임의 리더십-정헌율

정헌율 익산시장은 네 명 중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밀도 높은 책을 선택을 했다.

그가 꺼내 든 책은 『삼국지』였다. 그러나 단순한 영웅담으로서의 삼국지가 아니다. 그는 ‘출사표’ 한 대목을 다시 읽으며 정치적 신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갈공명의 출사표ⓒ

“제갈공명은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의 자세로 나라의 명운을 바로 세우려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그가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고, 죽은 뒤에야 그친다’고 다짐하던 구절을 되새기며 공직자의 자세와 정치의 방향을 다시 묻습니다.”

그가 인용한 ‘국궁진췌, 사이후이’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관료의 사표명이다.

정헌율 시장에게 이 문장은 단순히 과거의 교훈이 아니라 ‘현실 정치의 태도’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익산시정을 10년간 이끌며 산업단지 재편과 청년정책, 지역화폐와 농촌정책, 문화 재생 등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동시에 낡은 지방정치의 관성과 마주해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죽기까지 헌신한다’는 제갈량의 각오는 그에게 깊은 자기 성찰이자 앞으로 그에게 주어질 책임에 대한 완수의 의지로도 읽힌다.

정 시장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미래를 여는 결단의 정치·책임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현실 타협을 반복하던 시대에, 그는 고전 속 강직한 리더상으로 제갈공명을 선택하고 그를 통해 “정치는 도민의 운명을 짊어지는 행위”라는 정헌율이즘(主義)을 선언한다.

익산에서 10년의 행정을 마치고 전북이 새로운 성장축을 세워야 하는 이 시점에 도전장을 던진 그에게, ‘출사표’는 단순한 문학적 감상이 아니라 실제 행동의 선언이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난제를 해결하고, 멈춰선 전북의 미래를 다시 그려야 합니다. 그 길의 중심에 서겠습니다.” 그가 말한 이 말 속에는 제갈공명이 언급한 “사이후이(死而後已)”의 현대적의미로도 읽힌다.

▲안호영 국회의원 ⓒ

“이길 수 없을지라도 지지 않는다”-안호영

안호영 국회의원은 네 사람 가운데 가장 ‘현재형’의 감성을 드러냈다.

그가 선택한 책은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문학과 철학이 교차하는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회고록이고, 누군가에겐 삶의 태도에 대한 선언문이다. 안호영 의원은 “대학생 아들이 추천해준 책”이라고 소개하며, 한 문장을 기억 속에 새겼다.

▲지지 않는다는 말ⓒ

“우리는 이길 수 없을지 몰라도, 지지 않을 수는 있다.”

그에게 이 말은 단순한 ‘위로의 문장’을 넘어선다. 정치 현실에서의 절망, 반복되는 실패, 그럼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문장 안에 담겨 있다.

그는 말한다.

“큰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런 태도가 결국 변화를 만듭니다.”『지지 않는다는 말』은 패배가 아니라 ‘지속’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핵심은 ‘승리’보다 ‘의지’에 있다.

김연수의 문장들이 지닌 서정적이지만 단호한 어조는, 투쟁과 협상의 현장을 경험해 온 안호영에게 묘한 울림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의 정치 행보도 그 문장과 맞닿아 있다.

완주·진안·무주를 지역구로 두고 꾸준히 지역 균형발전, 농촌 공동체, 에너지 전환 등을 주제로 활동해 온 그는 “지지 않는 정치”, “끝까지 함께 가는 정치”를 말한다.

그의 독서 취향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에 가까우나, 그 심리의 깊이는 결국 실천으로 이어진다.

전북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승리’ 대신 ‘지속가능성’을 택하는 그의 태도는 정치철학으로 연결된다.

이길 수 없더라도, 결코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야 말로 안호영이 말하는 전북의 정신일 것이다.

네 명의 책, 네 가지 키워드

이 네 명의 후보가 선택한 책은 각기 다르지만, 그 속에는 놀랄 만큼 공통된 가치가 있다. 이 네 권의 책이 말하는 메시지들은 우연의 일치라 하기엔 흐름이 명확하다.

전북이라는 지역은 산업 쇠퇴, 인구 유출, 수도권 집중 등으로 오랜 시간 ‘도전과 어려움’의 상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보여주는 ‘고난 속의 헌신’, ‘실패를 딛는 역동’, ‘끝까지 버티는 의지’는 곧 전북 사회의 집단적 심리와 닮아 있다. 또 네 권의 책이 각각 근대와 현대, 고전과 에세이의 장르적 차이를 넘어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동일한 질문으로 수렴된다.

미래의 지도자는 ‘권력의 열망’보다 ‘책을 읽을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허준이 말한 ‘인간 존중’, 최재천의 ‘실패의 미학’, 제갈공명의 ‘진심의 헌신’, 김연수의 ‘포기의 거부’가 공통으로 일러주는 교훈이다. 책은 그들의 거울이자, 전북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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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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