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새만금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15일,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안)과 관련해 3개 시·군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찾아가는 주민 공청회'를 기한없이 연기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2023년 새만금잼버리대회 직후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새만금의 빅픽처를 다시 그린다는 명분으로 새만금 기본계획을 2025년 말까지 재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새만금개발청은 올 연말 기본계획 재수립 마무리를 앞두고 인근 지자체인 군산과 김제시, 부안군을 순회하며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청회가 예정됐던 지난 15일, 새만금개발청은 전북자치도 군산시를 시작으로 김제시와 부안군 등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주민 공청회를 '2026 정부 업무보고 논의사항 후속 조치를 위해 연기한다'고 통지했다.
새만금개발청이 갑작스레 예정돼 있던 주민 공청회를 연기한 까닭은 어떤 연유에서 일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 전북을 찾아 "새만금은 더 이상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보다는 정리하는 게 맞다"면서 새만금호의 수질개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조력발전'에 대한 얘기를 처음 꺼냈다.
그러니까 이 대통령이 조력발전에 대한 얘기를 거론한 지도 벌써 6개월 여가 지났으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은 베일에 쌓인 채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 기본계획 재수립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마무리돼서 발표돼야 하는 수순이 맞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토의 새 판을 짜다.성장의 길을 다시 잇다' 라는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대상 업무보고가 끝난 후 돌변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새만금개발청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새만금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낱낱이 따져 물었다.
-표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안 되는 걸 '희망고문'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것은 후다닥 해치워야지 앞으로 20~30년 더 갈 수는 없다.
-현재까지 30년 넘게 한 게 겨우 전체 면적의 40%밖에 매립을 못했다. 앞으로 60% 남은 부분을 매립을 다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줄이겠다는 건가?
-내용 확정이 안된 것 같다. 얼마를, 어디를 개발하고 예산을 조달하고 어떻게 사업하고,이게 불분명하다. 매번 바뀌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지금이라도 확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업무보고가 끝난 지 사흘 후에 예정돼 있던 새만금 인근 지자체의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연기된 것이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16일,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또한, 재수립 중인 새만금 기본계획에도 해수유통 확대와 조력발전 추진을 핵심 아젠다 중 하나로 반영할 계획이다"
올 연말에 발표 예정이던 기본계획에 이미 반영한 것이 아니라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이다.
김 청장은 또,
"조력발전을 통해 RE100 산단에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새만금에는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첨단 기업과 인재가 모여드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조력발전으로 새만금이 미래 산업의 전진기지가 되는 항로가 열리는 셈이다. 기본계획을 토대로 관계기관, 지역주민 등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후속 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새만금개발청이 재수립 중이던 기본계획에는 '새만금 해수유통 확대와 조력발전 추진'에 대한 아젠다가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하게 얘기했던 이 같은 내용이 사실상 새만금개발청이 재수립하던 새만금기본계획에 핵심 아젠다로 반영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2026 정부 부처 업무보고 자리가 끝난 후 부리나케 그러한 내용을 다시 반영시키기 위해 예정돼 있던 주민공청회도 서둘러 취소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김 청장은 또 "새만금개발청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관계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조력발전 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지난 6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전북은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연구시설 사업의 유치가 실패로 돌아 가면서, 내년 초로 예상되는 RE100산업단지 지정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김 청장은 "조력발전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이 확보되면 지산지소형 RE100 산업단지 지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새만금개발청을 해체하고 '새만금관리청'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역의 여론이 나오고 있다.
남대진 군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35년 동안 40%'의 땅밖에 만들지 못한 새만금 사업 비판하며 "새만금 개발 시작 후 8번째 바뀐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새만금개발청을 해체하고 새만금관리청으로 대체해 관리하고, 농어촌공사는 철수하고 전반적인 새만금 개발사업은 해수부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력발전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이 확보되면 지산지소형 RE100 산업단지 지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김의겸 청장의 '희망사항'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또 "새만금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되는 친환경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김 청장의 '희망의 메세지'도 다시 '희망고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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