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가 수십 년째 집착해온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둘러싸고 정치권 로비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의혹의 초점이 정작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통일교의 핵심 종교·정치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인물에게 로비 의혹이 집중되는 반면 실제로 제도권 안에서 사업을 검토·연구한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질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종교계, 부산지역 사회의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한일 해저터널'은 통일교 내부에서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다. 문선명 총재는 한국을 '아담 국가'일본을 '하와 국가'로 규정하며 두 나라가 물리적으로 연결돼야 새로운 문명이 열린다는 교리를 반복해왔다. 한일 해저터널은 이 구상의 출발점이자 통일교가 40년 넘게 포기하지 않은 상징적 과제다.
통일교는 일본 사가현 가라쓰 일대에서 실제 부지를 매입하고 탐사용 터널을 굴착하는 등 사업의 실체를 유지해왔다. 일본 신자들의 헌금이 조사 비용과 부지 매입에 사용됐다는 점도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0조원을 훌쩍 넘는 예산, 지진대와 심해 수압이라는 공사 여건 탓에 이 사업은 통일교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구조였다. 결국 한일 양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이 때문에 통일교가 정치권을 향해 지속적인 접촉과 설득을 시도해왔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한국 측 종착지가 부산이라는 점에서 부산 정치권의 역할은 핵심 변수였다. 실제로 2017년 서병수 전 부산시장 재임 당시 부산시는 시 예산을 투입해 '한일 해저터널 기초연구 학술용역'을 진행했다. 통일교가 주장해온 사업을 공공연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첫 사례였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이어졌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과 함께 부산과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경제성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며 수위를 낮췄지만 정치권 차원에서 해당 사업이 공론의 장에 다시 오르게 된 계기였다.
이와 달리 최근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선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혀온 인물이다. 그는 사업의 경제성 부족, 안보·지질학적 위험, 식민지 역사와의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해왔고 정부 차원에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통일교의 핵심 프로젝트와 정치적 이해가 충돌해온 인물이라는 점은 정치권 안팎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제기된 의혹은 오히려 '반대해온 인물'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지역 정치권과 행정 경험자들 사이에서는 "통일교의 숙원사업에 실제로 제도적·정책적 공간을 열어준 행위가 무엇이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통일교가 원하는 사업을 공적 연구로 격상시키거나 정치적 검토 대상으로 올린 사례와 이를 지속적으로 차단해온 행보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통일교가 왜 한일 해저터널에 집착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드러나 있다. 문제는 그 집착이 누구의 결정과 행정을 통해 실제로 힘을 얻었는가다. 로비 의혹이 제기될수록 필요한 것은 방향성 있는 질문이지, 정반대의 행적을 보여온 인물에게 의혹을 덧씌우는 접근은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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