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공업탑을 본뜬 보라색 홍보 조형물을 시내 주요 도로 7곳에 세우기로 하자 '혈세로 시장 홍보물 세운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는 산업수도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도시 관문 상징물이라 설명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정책의 상징이 아니라 정치의 색깔'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3일 울산시는 부산·양산·밀양·경주와 맞닿은 시 외곽 7개 도로(이예로·반구대로·해맞이로·남창로·매곡로·울밀로 등)에 공업탑을 형상화한 보라색 조형물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조형물은 세 개의 기둥이 톱니바퀴를 떠받드는 구조로 높이는 최대 7m에 달한다. 여기에 울산시의 공식 슬로건인 '그래! 역시! 울산'이 새겨진 보라색 원형판이 함께 들어간다.
									
공업탑은 1964년 울산공업센터 기념사업으로 세워진 산업수도의 상징물이다. 울산시는 이번 조형물 설치로 "시민에게는 자부심을 방문객에게는 산업도시 울산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총 사업비는 8억3000만원으로 조형물 1개당 약 1억원 규모다.
하지만 시민사회 반응은 싸늘하다. 울산시민연대 등 단체들은 "공업탑은 울산의 산업정신을 상징하지만 이번 조형물은 정치적 색을 덧씌운 홍보물에 가깝다"며 "민선 8기 들어 모든 시정 홍보물이 시장의 슬로건과 색깔(보라색)로 도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외지인이 이 조형물을 보고 울산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과거에는 고래를 내세우더니 이번엔 공업탑으로 갈아탔다. 정체성 없는 디자인에 시민 공감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된 사업이 도심 미관을 개선하기보다 행정의 '셀프 홍보'에 머물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도시디자인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디자인학과 교수는 "도시 관문 조형물은 지역의 역사적 상징과 정체성을 조화롭게 반영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색상과 슬로건이 바뀌는 일은 행정의 지속성과 공공성 모두를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업은 지난 5월 용역과 디자인 확정, 8월 공공디자인 심의를 거쳐 추진 중이며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후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이 시급한 시점에 시 예산을 시민 체감이 낮은 조형물에 쏟는 건 행정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도시 상징을 행정권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본질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공업탑은 울산의 역사이지만 지금 세우려는 건 '정권탑' 같다"며 "진짜 울산의 상징은 색깔이 아니라 시민의 삶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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