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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야구의 열기, 도시의 동선으로-지금이 구도심 재도약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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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야구의 열기, 도시의 동선으로-지금이 구도심 재도약의 적기다

한화이글스가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대전의 가을은 어느 해보다 뜨겁다.

야구팬뿐 아니라 평소 야구에 큰 관심이 없던 시민들까지도 거리 응원과 구장 관람에 나서며 도시는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야구를 통해 대전 구도심을 다시 살릴 절호의 시기다.

특히 은행동 일대의 활발한 소비와 팬들의 유입이 한화생명볼파크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도시의 ‘소비 동선’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때다.

▲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한화생명볼파크. ⓒ프레시안(문상윤)

올해 첫선을 보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오랜만에 대전 도심을 들썩이게 했다.

수많은 팬들이 모여드는 그 풍경은 구도심의 새로운 활력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열기는 야구가 열리는 날에만 반짝일 뿐, 경기가 끝나면 거리는 금세 조용해진다.

야구장이 도시의 중심이 되려면 ‘유입의 흥분’이 아니라 ‘지속의 구조’가 필요하다.

한화생명볼파크 앞쪽 상권은 경기 날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불빛이 꺼지는 순간, 사람도, 매출도 함께 사라진다.

문창동·대사동·부사동·석교동 등 야구장 인근 구도심은 여전히 빈 상가와 정체된 거리로 남아 있다.

야구장이 도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하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한계를 보인다.

지금 대전의 소비 동선은 성심당이 있는 은행동에 지나치리만큼 집중되어 있다.

많은 시민들과 외지 방문객들이 경기 전, 은행동에서 식사와 쇼핑을 즐기고 시간을 보내다가 경기 시작에 맞춰 야구장으로 이동해버리는 구조다.

이 흐름 속에서 야구장 주변 상권은 경기 직전의 짧은 시간만 붐비고 그 외 시간에는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구장 주변이 단순한 ‘이동의 종착점’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은행동에서의 소비와 즐거움이 한화생명볼파크 인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 전 팬들이 쉬어가며 간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거리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은행동의 풍부한 상권과 야구장 주변의 잠재력을 함께 살릴 수 있는 균형 있는 소비 흐름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야구장으로 몰린 사람들의 발걸음이 구도심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대전이 직면한 진짜 과제다.

야구장 주변의 가장 큰 불편은 주차난과 교통정체다. 이 문제를 단순히 불편의 차원으로만 봐선 안 된다.

교통체계의 개선은 곧 지역 상권의 확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야구장 주변 구도심 특히 대사동과 부사동 일대에 공공주차장을 마련해 팬들이 차를 세우고 경기 시작 전까지 머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이 근처 식당과 카페를 찾게 된다면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지역경제의 순환 구조로 자리 잡게 된다.

대전시나 중구가 주도해 ‘볼파크 로컬 상권 지도’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구장 근처의 맛집, 카페, 전통시장, 소규모 갤러리, 로컬 브랜드 매장을 엮어 ‘야구 팬을 위한 구도심 동선’을 제시한다면, 외지 팬들이 자연스럽게 도심을 걸으며 지역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지도는 단순한 관광 안내가 아니라, 야구와 지역의 문화를 잇는 생활형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

그 자체가 대전의 새로운 도시 브랜딩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운영의 주체다. 이런 공간을 기존의 사회활동가, 사회단체나 협동조합, 외부 전문운영사에 맡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미 기득권 구조 속에서 현장과 거리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짜 변화는 그 지역에서 직접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대사동, 부사동, 문창동, 석교동 등지에서 직접 손님들과 소통을 하고 골목의 온도를 아는 이들이 스스로 모여 회의하고, 토론하고,

새로운 공간을 직접 만들어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형식적인 창업 지원이나 공방 중심의 사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굿즈샵이나 단순 판매점은 지역의 색을 담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진짜 개성과 콘셉트를 가진 창업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야구를 테마로 한 독립 카페, 지역 작가와 협업한 디자인 숍, 야구 팬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커뮤니티형 공간 등 ‘대전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상점이 모여야 거리 전체가 살아난다.

야구의 시즌은 끝나도 도시의 시즌은 계속돼야 한다.

비시즌에는 겨울 플리마켓, 거리음악회, 로컬 마켓, 팬 문화 축제 등을 통해 야구장이 문화의 플랫폼이 되게 해야 한다.

시즌이 끝난 후에도 시민이나 외지 관광객들이 찾는 공간으로 남을 때, 한화생명볼파크는 비로소 대전의 중심 공간이 된다.

야구는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 힘이 도시를 살리려면 행정이 아니라 사람, 계획이 아니라 현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규모 예산이 아니라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감각과 상생의 의지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가 모여, 야구를 넘어 대전의 구도심을 다시 뛰게 만들 것이다.

야구의 함성이 경기장에서 끝나지 않도록 이제는 야구로 도시의 맥박을 되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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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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