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덕진공원을 정비하는 과정에 나무를 베어내고 문학기념비를 철거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현역 소설가가 항의의 뜻으로 거리에 나섰다.
소설 '봉준이, 온다'와 '나라없는 나라', '왜란' 등을 집필한 이광재 소설가는 29일 오후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덕진공원에 나무는 심어놓고 시비는 갖다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사흘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광재 작가가 거리로 나선 것은 전주시가 최근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사업'을 하면서 공원 중심부에 있던 신석정·백양촌·이철균 시인의 문학기념비(시비·詩碑)를 예고 없이 철거한 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근 배드민턴장 옆 부지(체련공원)에 임시로 옮겨둔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옮겨진 시비는 비닐 거적으로 덮여 풀밭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이 작가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문화공원을 조성한다며 덕진공원 언덕을 없애고 나무 200~300그루를 뽑았다. 일부는 벌목해 폐기하고 일부만 옮겨 심었다고 한다"며 "덕진공원은 1990년대 정비하면서 도심 속에서 온전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주변의 건물과 모텔촌을 차폐하려 구릉을 돋우고 나무를 심어 30년이 지난 이제서야 울창한 숲을 이뤘는데 전주시가 그걸 베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비 또한 시민들이나 문인들과 상의 없이 배드민턴장 옆에 풀밭으로 옮겨놓고 거적으로 덮었다"며 "그 자리는 시비가 있을 곳이 아니다. 시민이 찾기 어려운 곳에 문학을 가뒀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어 "지금은 생태, 자연 환경이 인류의 화두인데 전주시는 오히려 나무를 베고 토목으로 덮어버리는 철 지난 근대주의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며 "바로잡힐 때까지 틈나는대로 노송광장을 찾아 항의의 뜻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창작에 몰두해야 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전주의 전통과 역사, 문화를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이건 아니다 하는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동참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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