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이 부착한 대자보를 일괄적으로 철거하는 조치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9일 A 대학교 총장에게 학내 게시물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학생상벌규정 중 학업과 무관한 정치적 표현과 관련한 징계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 A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B 씨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 C, D 씨가 대학 내 시설물에 게시한 대자보를 철거당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C 씨는 세월호 10주기 추모 대자보를, D 씨는 대학의 교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가 대학 측에 의해 철거당했다. 부착한 대자보가 정해진 규격을 지키지 않았으며 사전 승인을 받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인권위는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대학의 규정이 학생들의 정치적·사회적 의견표명을 아예 배제하거나, 모든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공익적 의견을 표현하고자 한 것임에도 단순 절차 위반을 이유로 이를 철거한 것은 학생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 대학이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관한 상벌 조항을 규정에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행위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 대학 총장에게 "총학생회 게시판만큼은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학내 게시물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학생 상벌 규정 중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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