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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내란'이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법원"..."그곳에서 내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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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내란'이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법원"..."그곳에서 내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 날, 계엄철폐를 목 놓아 외치며 장갑차를 막아섰던 시민들만 12.3 내란의 위법성을 인식했다는 말인가"

오랜 기간 권위주의 체제 하의 종속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법부가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도 못하면서 '12.3내란' 앞에서 멈춰 서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 각급 법원 국정감사를 마치고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을 내란이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법원, 그곳에서 내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중앙지법은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박성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박성재 전 법무장관이 내란 국무회의에 참석한 바로 그때, 그렇다면 국회 앞에 모여 '불법계엄'과 '계엄철폐'를 목 놓아 외치며 장갑차를 막아 섰던 시민들만 12.3 내란의 위법성을 인식했다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계엄이 불법이냐는 질문에 머뭇거렸다"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엄 다음날 절차적 위법성을 따져야 한다고 답변했던 점이나 법원행정처장이 계엄이 합법인 경우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개최했다는, 국민 인식과는 동떨어진 조희대 사법부의 국가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특히 "계엄이 적법할 수도 있었다는 인식 속에 그래서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내란의 핵심 조력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도 기각된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계엄이 '대국민 호소'라거나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라는 내란수괴의 헌법재판소 최후 진술과 마찬가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도 '내란죄 무죄'를 선고할 것인지 시민들이 묻는다"며 '법의 형식 논리'에 갇혀 시대 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원을 강력히 규탄했다.

박 의원의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 국정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사법부가 12.3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반면 국민 다수는 헌법재판소가 12.3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물어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듯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행위'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법적 해석'과 '사회적 인식' 간의 괴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법 조문'과 '증거 중심의 판단 구조'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사법부가 '12.3비상계엄'이 촉발한 정치적·역사적 의미보다,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가?'라는 형식적 기준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내란죄는 형법 제87조에서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는 의도적 요건을 요구하는데, 12.3비상계엄 직후 내란죄 성립에 대해 법조계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가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통제하는 것을 배제할 목적으로 계엄군을 국회로 보내 침탈했다면 충분히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과 함께 "국토 참절과 국헌 문란이라는 법 문언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나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의 사법부는 '12.3비상계엄'을 내란 의도보다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간주해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사법부의 '정치권력에 대한 역사적 자기검열' 수준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 사법부는 오랜 기간 권위주의 체제 하의 종속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신체제, 5·17, 12·12, 5·18 등 굵직한 국가폭력 사건에서

사법부 스스로 '정권의 정당화 기구'로 기능해온 과거가 있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서 사법부 내부에는 '국가 행위는 곧 정당하다'는 무의식적 보수주의가 자리 잡게 됐고 '12.3비상계엄'사태 역시 '헌정 위기 상황 속의 정치적 선택'으로 완화해 해석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사법부는 여전히 법의 형식 논리에 갇혀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법원장(왼쪽)을 비롯한 서울 및 수도권, 강원지역 지방법원장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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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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