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토박이' 양동주(70)씨가 전주의 음식과 전주 주변을 에워싼 산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수필집 '전주 방안퉁수'(가온미디어, 221쪽, 2만원)를 펴냈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해찰 70년'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수필집'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과 형식으로 보면 딱히 그것만도 아니다.
작가의 오랜 친구이자 전 언론인인 임용진(전 중앙일보 기자)은 자청해서 쓴 발문을 통해 "여기저기 돌출하는 민낯 구어체나 속된 단어의 행렬은 이 책을 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기성 문학의 완장과 정장을 벗기는 듯한 카타르시스이다"라며 "일기도 아니고 시나 소설 같은 공식적인 장르는 더더욱 아니고 (…)굳이 분류하자면 수필류겠으나 그것도 문학적 '째'와는 거리가 먼 파격적 수필"이라고 정의한다.
그도 그럴것이 문장 중에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전주 사투리나 문인들이 쓰는 근엄체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마치 친구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듯 자연스레 읽히는 글이 낯설면서도 편안하다.
'방안퉁수'에 대해 저자는 "방안풍수의 전주 사투리로 바깥에서는 기를 못 펴면서 집안에서만 잘난 체 하는 사람"이라며 "토박이로 70년을 전주에 살면서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온 글을 모아 출간하게 됐다"고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책은 2부로 나뉘어 전주의 음식과 과거이야기를 담은 '전주의 냄새'편에 아홉개의 글이, 전주 주변의 산에 대한 이야기를 그러모은 '전주의 울타리'에 7편의 글이 실렸다.
다시 '전주의 냄새'편에는 전주를 대표하는 막걸리, 콩나물국밥, 가맥, 물짜장 등의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와 한옥마을의 7경, 사창가, 건달이야기, 보신연가, 본정통의 옛이야기를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으로 버무려 풀어냈다.
건달이야기는 일반인들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내밀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묘사되고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도 거침없이 다뤄 흥미를 돋운다.
'전주의 울타리'에서는 분지형태의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완산칠봉과 곤지산, 치명자산, 기린봉, 건지산, 황방산, 모악산에 대한 일곱개의 테마를 지인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하듯 '싸목싸목' 둘러본 산행기를 모은 것이다.

책의 중간중간 소개되는 옛 전주와 지금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고 알듯 모를듯한 저자의 입말의 원뜻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테면, '내가 좀 걸져 보이다'는 말이나 '속이 뇔뇔한 놈', '우이씨, 쏘옴허네'와 같은 말들은 생경하면서도 구성지다.
전주에 살던 사람이나 살았던 사람들은 책 속의 문장을 쫓아가다 보면 불현듯 자신의 추억과 마주할 수 있고 설령 전주가 낯선 이방인이 읽더라도 머릿속에서 옛날 전주의 풍경이 선연하게 그려질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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