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산업은 반세기 동안 포항의 상징 산업이었다. 그러나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청년들이 떠나며 인구감소 추세가 시작되면서 도시의 미래는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를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성장시킨 故 박태준(1927~2011) 포스코 명예회장은 생전에, 포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포스코와 포항의 변화’를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30년전 이미 “포스코가 생산하고 있는 일반 철강제품은 머지 않아 중국과 인도 등에 원가 경쟁력에서 위기상황이 올 것이며 그 타개책은 끊임없는 고품질 철강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과 첨단 신소재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그 위기는 결국 포항의 위기가 될 것이고 젊은 일꾼들이 떠나는 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산·학·연이 연계된 혁신적 도시로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내다봤다.

지난 해 3월 포항은 지방도시 균형발전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선도사업인 ‘기업혁신파크’ 공모에서 당당하게 선정됐다.
포항 기업혁신파크는 단순한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공공성을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 기업혁신파크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함께 만들어 가는 산학연계융합형 사업모델이라는 데 있다.
포항시와 경상북도, 한동대, 국제기구(UNAI Korea) 그리고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의 신산업 기업들이 힘을 모아 산업과 교육, 주거와 문화가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로 이어지는 구조를 계획했다.
이러한 구상은 단순히 기업을 끌어들이는 산업단지와는 다르다. 청년과 창업가가 정착할 수 있는 정주환경, 지역 대학의 교육과 기업현장의 연구가 연결되는 협력구조, 주민과 공유하는 문화·여가생활 공간까지 포함함으로써 공공성을 지닌 복합적 혁신거점인 셈이다.
사업지는 포항 신산업 중심지인 영일만 밸리에 자리 잡는다. 이미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같은 앵커기업이 입주의사를 밝혔고 30여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국제교육 클러스터가 함께 조성돼 글로벌 인재 유치와 양성의 토대가 마련된다.
국토부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기 위한 국가적 과제와 지역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는 곧 지역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실험이자 지방도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철강으로 성장한 도시가 이제는 혁신을 기반으로 다시 도약하려 하고 있다. 기업혁신파크가 완성될 무렵 포항은 더 이상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드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포항의 도전은 한국 지방도시가 나아갈 길을 보여 주는 뚜렷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