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 공약했던 동남권투자은행의 설립이 투자공사 추진으로 가닥이 잡히자 부산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동남권투자은행 설립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일단은 동남권투자공사로 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동남권투자은행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부산지역의 주요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PK 지역의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자금을 공급할 국책은행 성격의 금융기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대안격이기도 하다.
이날 전재수 장관은 "은행으로 설립하면 금융당국 규제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대손충당금 등의 문제가 있다. 공사로 설립하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50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은행은 유사한 기관들이 있어 중복이 된다. 공사가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그럼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이전 대신 제안된 동남투자은행 설립에도 그간 달갑지 않은 눈치를 보여왔던 부산시는 동남권투자공사 추진이 가시화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은 부산시민의 오랜 여망을 팽개치고 지역발전의 근원적 해결책을 외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업은행 이전 대신 '동남투자은행'을 공약했다. 그런데 어제 국무회의에서는 동남투자은행도 아닌 동남권투자공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명백한 대통령 공약 파기이자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 규모와 탄력성 한계, 정책자금 지원 제약, 기존 금융기관과의 재통합 리스크, 고위험·부실 위험 가능성, 지역기업의 접근성과 파급효과 미흡 등을 들어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은 "밥상은 못차리겠으니 떡이나 하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이냐"며 "325만 부산시민은 날림 부실 금융기관을 원치 않는다. 투자공사는 산업은행 이전과 함께 쓸 수 있는 보조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이러한 반응이 차기 부산시장 선거를 둘러싼 신경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양수산부 이전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에 적극적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박 시장의 지지도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견제 차원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공약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더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5일 장동혁 대표 선출 후 첫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부산에서 열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해양수산부와 가덕도신공항에 더해 산업은행 이전을 언급하며 "부산 발전에 모든 당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