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윤석열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밝혔던 노동자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지난에 이어 올해도 불참 결정을 내렸다. 일본 측이 노동자의 '강제동원'을 언급하지 않기로 한 이유인데, 이에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맹탕 추도식"이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14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일본이 어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또다시 조선인 '강제동원'을 언급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며 "지난해와 같이 일본 측 인사만 참가한 '반쪽' 행사이자, 강제성 표현이 빠진 '맹탕' 추도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일본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매년 추도식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참석한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그보다 격이 낮은 외무성 담당 국장이 참석한 점,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강제노동의 역사를 인정하고 이로 인해 희생된 조선인의 희생을 기리고자 했다면, 그 취지와 성격에 걸맞은 형식의 추도식이 치러져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도식에서 보인 일본의 무례함은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이자 유족들을 모욕한 처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도 희생자추모센터 설치를 약속했지만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설치하고, 강제성을 부인하는 자료를 전시하는 등 신뢰성을 잃은 행보를 보여 비난을 산 바 있다"며 그간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두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온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올해 양국은 정상회담 정례화와 교류 강화를 약속했지만, 일본이 지금처럼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부정한다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며 "통렬한 반성과 용기 있는 사과, 진정어린 화답이 있어야만 과거의 벽을 넘어 화해의 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일본은 스스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 개선 기회는 날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도광산 희생자들과 관련된 약속을 이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전향적 입장과 조치를 요구하며, 우리 정부 역시 외교적 면밀함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4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올해 추도식이 한국인 노동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방향으로 온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일측과 협의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올해 추도식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핵심 쟁점은 추도사 내용 중 강제성에 관한 표현에 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일본은 이날 추도식에서 강제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14일 <교도통신>은 전날인 13일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 주관으로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相川)개발종합센터에서 추도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는데, 정부 대표로 참석한 오카노 유키코(岡野結城子)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은 추도사에서 "조선반도에서 온 노동자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위험하고 잔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해 약속했던 중앙 정부의 고위급 인사의 참석 역시 이번 추도식에서는 이행됐다고 평가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지난해 추도식에는 차관급인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이 참석했지만, 올해 참석한 오카노 심의관은 국장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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