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강미정 전 당 대변인이 지난 4일 당이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고 가해자들에게 관대했다고 비판하며 탈당한 가운데,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뒤늦은 사과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강 대변인 등 피해자 다수는 당을 떠난 후였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먼저 강미정 대변인을 포함한 피해자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 사건으로 마음을 다치셨을 국민과 당원들께도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하고 당직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김 대행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여러차례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오늘 말씀드린 게 부족했다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간담회 마무리 인사에서 다시 "마지막으로 사건 피해자들, 이 사건으로 마음 다치셨을 국민· 당원들께 깊이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김 대행은 간담회에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며 "그 동안 여러 차례 피해자 중심의 사건 처리를 강조하고 소상히 밝히려 했지만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행은 "당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을 외부 기관 조사, 외부 위원의 판단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공적 절차대로 진행하고자 노력했다"며 "하지만 사건 처리 과정이 부족했다. 소홀한 부분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되짚어보겠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쇄신을 강도높게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김 대행은 "당은 사건 접수 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마다 피해자 측 요청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피해자 측 요구에 따라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했고, 윤리위는 2건의 성비위 사건이 접수된 직후 윤리위원 중 가해자와 친분 있는 위원을 모두 배척했다"는 등 당의 노력을 설명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신장식 의원은 "혹시라도 피해자들이 보시기에 당내 문화라든지 성비위 관련 인지가 부족해 2차 가해성 발언이나 행위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피해자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그런 부분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당직자 대상 교육이나 간담회 등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는 지속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행은 세종시당위원장에 대한 제명조치는 "성비위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며 "(성폭력사건) 피해자의 조력자라는 이유로 제명했다는 사실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당의 간판이자 정신적 지주인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이 사안에 대해 침묵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행은 "사건 접수 시점에 조 원장은 영어의 몸이었고, 당시에는 당원도 아니었다"며 "만약 조 원장이 당시 이와 관련해서 저와 뭘 상의했다면 사당화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이 결정한 것에 대해 조 원장과 연관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헌당규에 따라 최대한 흠결 없이 처리해왔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 원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강 대변인의 탈당 선언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아프다. 큰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8월 22일 피해자 대리인을 통해 '저의 공식 일정을 마치는대로 고통받은 강 대변인을 만나 위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제가 좀더 서둘렀어야 했다는 후회를 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수감 중 수많은 서신을 받았고 피해자 대리인이 보내준 자료도 있었지만 당에서 조사 후 가해자를 제명 조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다"며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비당원인 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조 원장은 "피해 회복 과정에서 소홀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저도 미진한 점이 없는지 살피겠다. 관용 없는 처벌과 온전한 피해 회복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 대리인이었던 강미숙 당 고문은 조 원장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2차 가해자 문제가 있어 업무 복귀를 위한 매듭은 당의 실질적인 리더인 조국 전 대표만이 풀 수 있는 일"이었다며 "'감옥에 있는 조국은 당적이 박탈된 비당원인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 '출소 후에도 혁신정책연구원장일 뿐인데 무슨 권한이 있다는 것이냐' 묻지만, 조국혁신당은 좋든 싫든 '조국의 당'이다. 당원 여부, 권한 여부를 말하는 것은 형식논리"라고 지적했다.
강 고문은 이날 SNS를 통해 자신이 조 원장에게 '8월 21일 강 대변인을 만나달라'고 요청했지만 "(조 원장은) 지역 일정을 마친 후인 9월 초에 '전 대표'로서 강 대변인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주셨다"며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를 만나는 것을 보름 가까운 지역 일정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말은 아쉽다고 했지만 솔직히 절망했다"고 했다.
강 고문은 "피해자들이 당에 사건을 접수한지 다섯 달이 가까워오고 있었다"며 "당직자 비위 사건은 윤석열 파면 직후부터 대선을 치르고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하는 내내 피해자들은 당의 처신에 항의하면서도 행여 정국에 피해를 줄까 말을 삼키며 지옥 속에 있었고 당과 당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 대변인의 전날 탈당선언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국 전 대표에게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피해자 1인은 더 이상 희망고문하지 않겠다며 사퇴하고 탈당했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도 3개월 계약연장을 거부하고 9월 8일 퇴사를 결정했다"며 "강 대변인은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했던 후배들이 절망 속에 당을 떠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했다. 그것이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탈당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당원이어서, 대표가 아니어서, 최고위원이 아니어서라는 조국 전 대표의 '틀릴 것 없는' 말씀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강 고문은 당의 대응에 대해 "기자회견 직후 마치 대기한 듯 쏟아놓는 당의 반박 입장문과 인터뷰들은 그동안 당직자 비위 사건이 어떤 구조로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며 "피해자 대리인 소임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비통하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결과와 관계없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당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마지막까지 휴지 취급 받는 것 같아 피해자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건 접수 5개월이 다 되도록 피해자 지원조치는 알 길이 없고, 퇴사하는 마당에 지원조치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없는 이 현실이 저도 납득이 안 되는데 피해자들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라며 "정치력을 발휘해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았던 피해자들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다"고 꼬집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