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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벗다’와 ‘벋다’와 ‘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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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벗다’와 ‘벋다’와 ‘뻗다’

요즘은 동영상이 대세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너도나도 동영상을 제작하고 조회 수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필자도 동영상에 자주 출연하고, 필자 이름으로 된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 쉬고 있지만,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이 동영상이라는 것이 중독성이 있다. 요즘은 짧고 재미있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빨리 세상에 알리려고 하다 보니 자극적인 내용이나 헐벗은(?) 여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거 관련 동영상을 많이 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거리를 두게 되었다. 너무 자극적인 내용, 근거 없는 말 등으로 조회 수 올리기에만 여념이 없다. ‘큰일났다’, ‘미쳤다’, ‘난리났다’ 등등의 말을 늘어놓으나 막상 들어가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멀쩡한 사람을 ‘죽은 사람’처럼 만들기도 하고, 온통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 어쩌자고 돈 벌이에만 급급해서 이런 것들을 양산하나 싶었다.

오늘 주제로 삼은 내용 중에도 이런 것이 있다. 필자는 주로 종교적인 것이나 철학적인 내용을 자주 본다. 그래서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이 이어져 나오는 것 같다. 아마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들이 붙어 다니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런데 가끔 이상한 것들이 따라 올 때가 있다. 헐벗은(?) 여인이 나타나고 거기에 자막으로 ‘벋은 녀자’라고 나타나 있었다. 필자는 이렇게 문법에 맞지 않는 글자가 뜨면 바로 눈이 멈춘다. 아마 직업의식인지도 모른다. 내용을 유추하건대, ‘벗은 여자’라고 써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보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벗다’와 ‘벋다’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설명해 보려고 한다.

우선 ‘벋다’는 ‘길게 자라나다, 길게 이어진 모양으로 나타나다, 쭉 곧게 펴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벋다’의 강조형이 ‘뻗다’이다. 좀더 설명을 이어 보자. 나뭇가지나 덩굴 같은 것이 어떤 방향으로 길게 자라나가다, 길이나 긴 물체가 어떤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오그렸던 것을 펴다, 끝이 옥지 않고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다 등과 같이 쓰인다. 과거에는 “동남녁으로 버든 가지<구급간이방6 36>”, “너출 버두미(引蔓, <두시언해> 초간본 8 : 67)”과 같이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벋다’의 어근은 ‘벋’임을 알 수 있다. 과거에 초목류를 ‘벋(볻>복>보), 븓’과 같이 쓰고 있음(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참조)을 볼 수 있다. ‘벋다’와 ‘뻗다’의 예문을 보자.

초가지붕에는 박덩굴이 벋어 있었다.

일본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빠르게 벋고 있다.

배를 바닥에 대고 팔과 다리를 길게 뻗다.

산에는 곧게 뻗은 전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와 같이 쓴다.

‘벗다’는 ‘몸에서 떼어 내다, 새것으로 갈기 위해 몸에서 떨어지게 하다, 가시어 없어지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벌거벗다, 벗어젖히다, 벗어부치다’ 등을 통해서 그 의미 확장을 볼 수 있다. 예문을 보자.

그녀는 덥다며 재킷을 벗어 팔에 걸쳤다.

등산화를 벗다.

천사의 탈을 벗고 본색을 드러내라.

등과 같다.

우리가 발음할 때는 똑같이 [벋따]이지만 받침에 따라 의미가 다름을 기억해야 한다. 벋어[버더]와 벗어[버서]처럼 어미를 바꿔 보면 발음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받침을 잘 모를 때는 모음을 뒤에 붙여서 읽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제는 제발 사람들을 현혹하는 내용이나 그릇된 표기를 쓰는 것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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