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구원이 의뢰한 민선 8기 도정 평가에 대한 여론 조사가 편향적 질문을 유도한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연구원(원장 유영봉)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민선 8기 제주도정 성과 및 정책 만족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하며, 2025년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기준에 따라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표본을 추출했다. 지난 7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전화면접과 모바일웹 조사를 병행해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0.4%이다.
설문 유형은 민선 8기 제주도정 성과사업 만족도(8문항), 제주 주요 추진 사업 도민 의견(8문항), 제주 도정운영 평가 및 향후 개선 방안(5문항), 인구통계적 특성(7개) 등 총 28개 문항으로 구성했다.
먼저 민선 8기 제주도정 중점 성과 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무상급식 단가 인상 및 청소년 버스요금 무료’ 사업 만족도는 76.2%, 불만족은 20.4%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문지는 "2022년 하반기 초·중·고 학교급식 단가를 24% 인상하고, 올해 8월부터 청소년 버스요금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청소년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고 있다.
'학교급식 단가를 24% 인상하고, 청소년 버스요금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질문해 '긍정' 답변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소상공인 지원 정책 확대에 대한 설문에서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발행과 인센티브 확대,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
이 문항에 대한 답변은 만족 73.6%, 불만족 20.9%로 나타났다.
글로벌 탄소중립 도시 기반 마련에 대한 문항에선 '탄소중립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는 전제가 제시됐다.
설문지에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과 활용을 확대하며 탄소중립 실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
조사 결과 만족 59.8%, 불만족 30.0%로 파악됐다.
제주가치통합 돌봄 제도 시행에 대한 설문에선 '긍정' 답변을 유도한 듯한 흔적이 더욱 노골화된다.
설문지는 "도움이 필요한 모든 도민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주가치통합 돌봄 제도를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이 제도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응답자들은 이 문항에 대해 만족 75.0%, 불만족 18.5%으로 '긍정' 답변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추진에 대한 설문은 "제주도는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 참여를 강화하고,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
설문에서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 참여를 강화하고,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라는 전제를 달아 편향적 '찬성' 의견을 유도한 의혹이 제기된다.
이 문항에 대해 응답자들은 찬성 46.3%, 반대 34.9%로 답했다.
이처럼 대부분 설문지 앞에 '도정 운영 방향 등 전제를 제시'한 질문 덕(?)에 도정 운영에 대한 '긍정'이나 '찬성' 의견이 대부분 우세한 결과를 보였다.
이번 제주연구원의 설문 조사 결과로 인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행정체제 개편 도민 여론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반대 43.1%, 찬성 35.9%, 모름 21%로 반대가 찬성보다 7.2%p 높은 결과를 내놨다. 이번 제주연구원이 뒤집힌 여론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편향성' 논란에 이어 여론 조사에 대한 도민 신뢰마저 크게 떨어져 도민들의 외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와중에 제주도의회 이상봉 의장이 오는 21∼26일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 여론조사 결과까지 더해질 경우 혼란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오영훈 도지사의 공약인 3 개시(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분할과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이 발의한 2 개시(제주시·서귀포시) 분할 등의 도민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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