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출발해 부산항에 입항한 컨테이너선에서 부산항 최대 규모인 시가 3000억원 상당의 코카인 600kg이 적발됐다.
부산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과 부산세관 조사국은 지난 5월 10일 경 부산신항에 입항한 에콰도르 선적의 중남미발 화물선에서 코카인 600kg을 적발해 전량 압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약 200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부산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마약류 적발 사례이며 지난 4월 강릉 옥계항에서 적발된 코카인 1700kg에 이어 국내에서는 역대 두번째 규모다.

부산세관은 지난 5월 9일 미국 마약단속국(DEA)으로부터 마약을 실은 컨테이너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입항 정보를 분석한 결과 처음 입수된 첩보와는 다른 선박에 문제의 컨테이너가 적재된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날인 10일 오전 부두에 컨테이너를 내리도록 했다. 해당 선박은 에콰도르에서 출발해 일본과 한국, 중국을 고정적으로 움직이는 9만톤급 화물정기선으로 10일 오후 4시에 출항할 예정이었다.
수색 결과 문제의 컨테이너에서는 방수 포장된 12개의 꾸러미가 발견됐다. 각 꾸러미에는 1kg씩 포장된 코카인 블록 50개가 들어 있었고 GPS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세관의 합동수사 요청을 받은 검찰은 선박 선장과 선원 등 27명을 조사하고 선박 전체를 검사한 뒤 이동 경로 등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 선박 관계자 또는 국내 인물 중에는 코카인 밀수입과 관계된 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카인이 어느 국가에서 처음 컨테이너에서 실렸는지 최종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컨테이너가 본래 부산신항에서 내려질 예정이 아니었다는 점과 해당 선박이 고정 항로를 운항하는 정기선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코카인이 남미에서 선적돼 제3국에서 회수될 예정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회수되지 못하면서 부산신항까지 흘러 들어온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은 '배달사고'는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아보카도 수입 컨테이너에 숨겨져 있던 코카인 400kg이 부산신항에서 적발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부산신항에 입항한 냉동컨테이너의 냉동기계부와 선박 씨체스트에서도 각각 33kg과 100kg의 코카인이 적발됐다. 모두 한국이 목적지가 아닌 배달사고였다.
세관 측은 아직까지 국내는 코카인이 유통되는 시장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인근 국가에서는 코카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국경단속이 강화되면서 국제마약조직이 동아시아 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하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빈 컨테이너에 코카인만 넣어 보내려다 적발되면서 마약류 밀수입이 점차 대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마약류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서 국경 단계에서의 선제적 차단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DEA 등 국제마약단속기관과 축적해온 공조체계를 긴밀히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DEA 측은 "마약의 국경 간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한미 간 정보공유와 합동단속 등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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