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습니다. 사죄드립니다."
검찰이 60여 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당사자인 최말자(79) 씨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며 최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최 씨를 옭아맸던 '범죄자'라는 족쇄가 61년 만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23일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 사건 재심 첫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은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한 방해 행위이고, 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법하지도 않다"며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 자체로부터는 물론이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 심문도 생략하고 곧바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의 무죄 구형으로 향후 선고기일에서 최 씨는 사실상 무죄 판결이 예상된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 검찰과 법원의 잘못으로 오판됐던 것"이라며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촉구했다.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어가는 악마 같은 그날의 사건을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할 심정을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 희망과 꿈이 있다면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법을 만들어 달라고 두 손 모아 빌겠다"고 했다.
최 씨는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어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저를 위해 모여주신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고맙다고 인사드린다"고 밝혔다.
최 씨는 지난 1964년 18세였 나이에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20대 남성 노모 씨 혀를 깨물어 약 1.5센티미터(cm) 절단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됐다. 부산지법은 1965년 6개월간 옥살이를 한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노 씨는 최 씨보다 더 가벼운 형을 받아 논란이 됐다.
이후 최 씨는 사건 56년 만인 지난 2020년 재심을 청구해 이날 검찰의 무죄 구형을 받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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